[단독] 합천 정양늪에 민물가마우지 습격…1만년 습지 생태계 '신음'

김도형 기자 / 2024-03-20 15:48:27
취재진 3개월 탐방조사 끝에 민물가마우지 30여마리 집단 서식 포착
나뭇가지, 가마우지 배설물에 시들고, 왕성한 식성에 물고기들 수난

경남 합천군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인 정양늪에 서식하는 수생생물들이 유해 야생조류로 지정된 민물가마우지의 습격으로 신음하고 있다.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민물가마우지의 왕성한 식성으로 물고기들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1월부터 정양늪을 주기적으로 탐방 조사한 결과, 2월께부터 집중적으로 모습을 나타낸 민물가마우기 30여 마리가 집단 서식하며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 합천 정양늪생태공원 습지 내 나뭇가지에 가마우지들이 앉아 있다.[김도형 기자]

 

겨울 철새로 2000년 초반부터 국내 기후에 적응하며 텃새화 된 민물가마우지는 한 쌍이 한 번에 4~5마리, 연 2~3회나 산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대응에 골치를 앓고 있다.

 

2010년 중반까지 1만 마리에 불과하던 개체 수는 2020년 이후 3만여 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합천 정양늪에 민물가마우지가 이처럼 활개를 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양늪에 민물가마우지가 본격적으로 날아든 것은 올해 2월부터다. 30여 마리가 정양늪을 누비며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앉아 있던 나뭇가지들이 배설물로 모두 시들어 죽었다. 이른바 '백화현상' 탓이다.

 

지난 15일에는 정양늪의 수면 위를 헤엄치며 물속으로 자맥질하며 작은 물고기를 잡아 물 밖으로 나오면서 삼키는 모습도 관찰됐다. 

 

▲정양늪생태공원 나무 위에서 늪 수면을 살피고 있는 가마우지 [김도형 기자]

 

민물가마우지는 토종 어류는 물론 양식장과 낚시터의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특이한 식성으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700g의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번식기에는 1㎏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어, 그간 포획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4일 환경부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면서 포획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합천군의 경우 생태계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정양늪에 대한 민물가마우지의 존재 자체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합천 정양늪의 습지 면적은 41만㎡(약 12만4242평) 정도로, 비교적 작은 규모라는 점에서 한순간에 죽음의 늪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가마우지가 먹이 사냥을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도형 기자] 

 

정양늪은 약 1만 년 전 후빙기 이후 해수면의 상승과 낙동강 본류의 퇴적으로 생겨난 곳으로, 황강의 지류인 아천천의 배후습지로 알려져 있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생물학적·생태학적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로 보고돼 왔다. 

 

그러나 황강의 수량과 수위 감소로 육지화되고 인위적인 매립으로 수질 악화가 가속화 되면서 습지로서의 기능이 점점 상실되는 위기도 겪었다. 

 

합천군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3단계로 나눠 추진한 결과, 다행히 현재 정양늪에는 10여 종의 어류, 70여 종의 곤충, 50여 종의 조류, 10여종의 포유류와 26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현재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민물가마우지떼의 습격에 따라 유해야생동물 대응처럼 피해방지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포획 방법이나 포획보상금 지급 규정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도 시급히 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김도형 기자 ehgud0226@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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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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