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강도 높은데 처우는 열악…충원도 어려워
밑바탕엔 급식 노동 폄하‧저평가 사회 분위기
법 개정해 작업 환경과 처우 개선할 길 열어야
넷플릭스 요리 대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열풍이 거세다.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메뉴는 물론 출연자들과 그들의 식당, 책도 인기다.
'급식대가'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이미영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 씨는 빼어난 요리 실력에 더해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덕에 한 편의점 업체와 손잡고 '급식대가' 도시락을 출시할 예정이다.
축하할 일이다. 그간의 땀과 노력이 늦게나마 인정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축하만 하고 넘어가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땀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는커녕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탄식하는 게 학교 급식 노동자 다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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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지난 22일 국회 인근 도로에서 '죽음의 급식실' 개선,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2일 학교 급식 노동자 50여 명이 국회 앞에 모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인 이들은 '6명이 100인분 조리하는 흑백요리사, 1명이 120인분 이상 감당하는 급식 노동자', '밥 지을 사람 없다', '저임금 구조 타파' 등이 적힌 급식판을 들고 '죽음의 급식실' 개선을 요구했다.
죽음의 급식실. 무시무시한 규정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과장된 표현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2021년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처음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됐다. 작년까지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후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만 5명이다. 지난달 초에도 10년 넘게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 실무사로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은 한 노동자가 숨을 거뒀다.
급식 종사자의 폐암 의심 비율이 35세 이상 65세 미만 여성 폐암 발생률의 약 35배라는 얘기도 나온다. 제대로 환기되지 않는 곳에서 수백 명이 먹을 음식 재료를 굽고 튀기고 볶는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 물질에 노출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시설 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중노동에서 비롯된 근골격계 질환 문제도 심각하다. 2019년 민주노총 조사에서 학교 급식 노동자의 94%가 1년 새 1주일 이상 근골격계 통증이 지속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화상, 음식물 처리기 같은 기계를 사용하다 생기는 사고 등 그 이외의 위험 요소도 많다. 구조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위험을 가중시킨다. 학교 급식 노동자 1명이 맡아야 하는 평균 급식 인원은 다른 공공 기관 급식 노동자의 2배 수준이다.
그만큼 노동 강도가 높은데도 처우는 열악하다. 학교 급식 노동자의 70% 정도가 조리 실무사인데,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급여는 최저 임금에 턱걸이한다.
이러니 결원이 생겨도 충원하기 쉽지 않다. 서울 서초구 한 중학교의 '조리 실무사 2명이 전교생 1043명의 급식 조리'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정원이 9명인데 사람을 못 구해 생긴 일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밑바탕에는 급식 노동에 대한 폄하와 저평가가 놓여 있다. 수백 명의 학생이 따뜻한 밥을 매일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숙련된 개개인의 협동과 조직력이 필요한 전문적 작업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 가치를 무시해왔다.
2017년 한 국회의원은 "조리사라는 게 별게 아니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죽음의 급식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 사회 일각의 왜곡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국회에는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급식실 종사자의 건강 보장을 책임지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학교급식위원회에서 급식 종사자의 1인당 급식 인원, 산재 예방을 위한 시설 개‧보수 등을 심의하게 하는 게 골자다.
속히 법을 개정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처우를 개선할 길을 열어야 한다. 정성 어린 급식을 만드는 땀의 가치를 계속 폄하할 심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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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덕련 기자. |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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