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누가 MG손보 가입자 124만명을 협박했나

유충현 기자 / 2025-03-21 17:34:06
청·파산 운 띄우며 계약자들 공포심 자극
당국이 안정감은 커녕 불안감 키워서야

다섯 번째 MG손해보험 매각시도가 무산됐다. MG손보 상품에 가입한 124만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높다. 

 

법인 청·파산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거론되면서 여론의 화살은 주로 MG손보 노조를 향하고 있다. 무리한 고용승계 요구로 인수 실사를 방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MG손보 노조의 강경한 태도가 매각의 걸림돌이 된 것은 분명하다. 노조는 줄곧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거부했다. 물리력을 동원하진 않았지만 메리츠화재의 실사 진행을 어렵게 했다. 

 

그러나 노조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다른 쪽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특히 금융당국은 '몰아주기 논란'부터 갑작스런 청·파산 언급으로 MG손보 가입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등 여러 차례 적절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  MG손해보험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정상매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지난해 말 MG손보 공개매각이 갑자기 수의계약으로 전환되고 메리츠화재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발표가 미뤄진 것 등은 석연치 않다.

 

지난 1월에는 갑자기 '청·파산' 이야기가 나왔다. 예금보험공사가 예정에 없던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얼마 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선택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거들었다. 계약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도, MG손보 설계사들의 수입이 뚝 끊긴 것도 이 때부터다. MG손보 노조가 메리츠화재의 실사를 막아선 시점과 별개다. 

 

협상이론을 다룬 여러 책에서는 이런 방식을 '협박전술(Threat Tactics)'이라고 부른다.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로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압박하는 식이다. 노사협상 테이블에서 경영진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국의 의도는 적중했다. 삽시간에 MG손보를 향한 우려가 확산됐다. 계약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이면서 노조를 향한 비판도 점점 높아졌다. 

 

아울러 시장 전체적인 불안감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시장의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있는데도, 되레 시장의 불안감을 되레 키운 것이다. 

 

시장에서 MG손보의 매물 매력을 높지 않게 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까지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 매각 실패가 이어졌다. 당국으로서는 모처럼 나타난 원매수자를 붙잡고 싶었을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전체 금융시장에 좋은 일이라는 확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과정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이 계약자들을 인질 삼아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도 썩 바람직하지 않다. 

 

협상이론을 다룬 책들은 협박전략의 단점을 함께 언급한다. 당장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신뢰 관계를 손상시켜 미래 협상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는 무산됐고 최선은 다른 원매수자를 찾는 일이다. 당국이 앞으로 이어질 협상과 소통에서 '객관적 진행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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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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