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47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한다.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가운데 차기 미국 정부를 이끌 내각 구성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억만장자 출신 경제부처 장관들, 백신을 믿지 않고 의약분야 경험이 없는 보건복지부 장관, TV 뉴스 진행자로 행정 경험이 없는 국방장관. 트럼프 당선인은 장관급 후보자를 하나하나 발표할 때마다 예측불허의 인선으로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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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정적이었다가 열렬한 지지자로 전향한 인사들도 기용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 외교를 책임질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마크 루비오(Marco Rubio)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다. 1971년생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루비오는 트럼프를 공격하다 지지자로 돌아섰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최우선 정책을 옹호하고, 중국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강경노선을 밝혀왔다.
경제부처 장관 후보에는 억만장자들을 지명했다. 미국의 경제정책을 책임질 재무장관 후보에는 헤지펀드 '키 스퀘어 캐피탈(Key Square Capital)'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산업정책을 책임질 상무장관 후보에는 월가의 금융서비스 회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erald)' 대표 하워드 러트닉(Howard Rutnik), 대외 무역정책을 책임질 미국 무역 대표부(USTR) 대표 후보에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외 협상을 주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ier)를 각각 지명했다.
이들 장관 후보자들은 모두 미국 이익을 최우선(America first!)으로 하는 강경한 무역정책의 신봉자들로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관세를 통한 미국 산업 보호를 주장하는 인물들이다. 장관 후보자들은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달 선거 결과 장관급 인사들의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의석 100개 가운데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하게 돼 인준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장관급 후보자 가운데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이 있는 맷 게이츠(Matt Gaetz) 법무장관 후보자를 제외하고 아직 낙마한 사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낙마한 맷 게이츠 법무장관 후보에 자신의 탄핵 재판 당시 법무팀을 담당했던 팸 본디(Pam Bondi) 전 플로리다주 검찰총장을 지명했다.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자리로 2기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등장한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의 대표로 지명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모두가 아는 미국 최고 부자,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도 제약회사 중역 출신이다.
정부 조직이 아닌 외곽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보좌할 것으로 알려진 정부효율부는 아직 구체적인 조직 형태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 두 후보자는 2024 회계연도에 6조7500억 달러 규모였던 미국 정부 예산을 2조 달러 감축하고,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을 75% 감원하며, 과격한 규제완화와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업자로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지난 주 자신의 X(x.com) 계정에 올린 글에서 2기 트럼프 정부 집권 후 전 세계는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며, 1930년대와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30년대는 1차 대전 이후 국제 연맹이 약화하면서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의 영토를 침범하고,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이 확산하면서 사회적 변화가 몰아치는 한편 나치즘과 파시즘이 부상한 격동의 시기이다. 1930년대의 소용돌이는 결국 1940년 세계 2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레이 달리오의 말은 영구 집권의 길을 가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여기에 무소불위로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는 트럼프가 합세하면서 전 세계가 세 명의 황제가 통치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였던 '세계 질서의 변화(Changing World Order)'를 쓰기도 한 레이 달리오는 X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면서, 곧 몰아칠 새로운 변화는 미국 국내로는 '대대적인 구조개혁과 이에 따른 권력 질서 재편', 국제적으로는 '미국 최우선 외교정책과 대 중국 전쟁의 확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리오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포진시킨 뒤 네 편 아니면 내 편으로 분류하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반대파는 제거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인수 합병 후 조직과 사람을 구조조정 하듯이 효율성 위주로 물갈이를 해댈 것이라는 관측이다.
레이 달리오는 "미국 정부는 1930년대 '보수우익' 정부와 유사하게 국가주의, 보호주의를 내세우며 정부 주도로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반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갈등도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내의 구조조정은 철저히 효율과 생산성 중심으로 추진하고, 환경과 기후변화, 다양성, 빈곤, 포용 등은 안중에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2기 트럼프 정부가 규제완화와 세금인하를 추진하면서 규제와 세금인상을 우려했던 월가의 금융기관, 변호사들에게는 좋은 세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규제완화로 인공지능(AI)과 연계된 대규모 기술 회사(빅테크 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
레이 달리오는 이제 2차 대전 후 세계 질서 유지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 온 국제연합(UN),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형사재판소 등은 무력화되고, 냉전시대처럼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전쟁 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새로운 전쟁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리오는 2기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우방 만들기 경쟁을 벌일 것이고, 전 세계의 85%에 해당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수혜를 볼 수도 있다면서, ① 재정적으로 튼튼하고 ② 내부 질서와 자본시장을 보유하며, ③ 국제적인 전쟁에 휘말리지 않는 국가가 그 수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무엇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인가의 기준은 미국 편인가 아닌가로 가늠하게 될 것이며, 각국은 미국의 논리에 따라 정책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달리오는 트럼프 정부는 효율과 국가안보에 방점을 두고 무역과 관세, 산업정책을 펼 것이라면서 에너지와 광물 분야를 유망한 분야로 꼽았다. 또 국가 안보에 중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미국 내 또는 우방국에 생산시설을 두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의도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고, 오히려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벌어질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게임에서 중국이 오히려 더 강할 수 있고, 중국의 생산성이 미국을 앞서는 분야도 많다. 전 세계 공급망과 금융시장이 촘촘히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식 밀어붙이기는 인플레이션과 달러화의 가치 급변, 계층간 갈등 심화 등 미국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 확실한 것은 트럼프가 미국 상원과 하원, 대법원을 장악한 역대 가장 강한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것이고, 세계 각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으로 자유무역과 공정경쟁을 하던 시대는 물러가고 새로운 자국 이익 중심의 힘의 외교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익을 주고받는 거래적 리더십의 대가라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시 상대방은 무엇인가 줄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예측 불가능한 협상의 대가로 꼽힌다. 협상에서 정해진 논리와 원칙보다는 상황에 따라 자기의 이익을 관철하는 만큼 이에 대응한 협상력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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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철 객원논설위원. |
● 김용철은
만 34년 국가 기간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 기자로 뛰며 폭 넓은 인적 지적 네트워크,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심화한 경제분야에 대한 식견,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배운 과학과 기술, 법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창발성을 고도화하고, 기술과 제도가 어우러진 지속 가능한 발전 대안을 모색 중이다.
△ 연합뉴스 기자(1991. 1~1995. 3) △ SBS 보도국 경제부 정책팀장(2008), 미래부 SDF팀장(2010) △·SBS CNBC 보도본부장(2011) △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 회장 (2021~2024. 5)△ 마리오아울렛 부사장(2023. 10 ~ 2024. 10) △ 39회 한국 기자상 수상, 뉴스추적 <전직 교수 김명호, 그는 왜 法을 쐈나>
KPI뉴스 / 김용철 객원논설위원 yongchulk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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