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스테이블코인의 두 얼굴과 금융 안정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2025-08-20 11:30:40
금융범죄 척결 촉진···금융안정 뒷받침 요인
구조와 책임 간 불균형···금융안정 위협 요인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 주도 대중교육 긴요
발행자 준비금 공개, 감사 등 제도설계 필수

작열하는 8월의 태양처럼 뜨거운 지구촌 이슈가 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가격이 안정된 암호화폐). 국내에서도 이번 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스테이블코인 토론회가 열띤 관심을 받았고 입법부에서 몇몇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발의되는 등 논의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른바 주류 금융(mainstream finance)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된 존재가 스테이블코인인 만큼 동 이슈를 다룸에 있어서 전통적 의미의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은 핵심적인 관심사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안정을 뒷받침하는 존재인가, 위협하는 존재인가.

 

▲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미국 연방 검사를 역임하고 현재 벤처캐피털사 최고경영자로 있는 케이티 혼(Katie Haun)은 이달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을 뒷받침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미 법무부에서 10년 넘게 연방 검사로 일하며 대규모로 조직화한 범죄 기업들과 자금세탁 사건들을 수사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미 법무부 최초의 가상자산 수사 전담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일련의 금융범죄 수사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사건들의 불법 자금 추적에 얼마나 탁월한 역할을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실크로드(Silk Road) 사건 수사에서는 미국 내에서 수개월, 미국 밖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는 글로벌 은행들에 대한 소환장(subpoena) 절차 대신에 블록체인을 활용했다.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을 통해 도난당한 비트코인의 흐름을 추적하고 범인들을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미 검찰이 디지털 자산 도난 사건 수사에서 블록체인을 추적한 덕분에 도난당한 자산의 흐름을 추적하고 현금을 도난당했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범인을 검거한 것이다. 최근 미 법무부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한 글로벌 사기 및 자금세탁 범죄수익금 2억2500만 달러 상당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수백명의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범인들이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기존 은행 시스템을 사용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성과라 하겠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범죄 척결 촉진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금융안정을 뒷받침하는 존재임을 말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도 볼 수 있는 것인가. 정황증거는 적지 않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의 구조(architecture)와 책임(accountability) 사이의 불균형은 더 이상 새로운 증거가 아니다. 이는 복잡성이 위험을 가렸던 과거의 금융사를 떠올리게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구조화된 파생금융상품이 그 예다. 당시 이른바 금융 혁신은 금융 강건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낮은 이들에게 오히려 위험을 전가하는 데 동원된 측면이 없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은 분권화와 금융 포용이라는 기치 아래 즉각적 결제, 글로벌 접근성, 금융중개기관으로부터의 자유 등 매혹적이며 세련된 인터페이스와 기술적 수사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대중이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이 상존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질적인 거버넌스 측면에서 권한은 분산시키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분산시키며 법적 의무를 해외 네트워크, 감사받지 않은 계약, 위험의 진정한 본질을 모호하게 하는 구조 등에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우연적이라기보다 의도적인 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규제를 준수하기보다 규제 가능성 자체를 회피하도록 설계된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조되는 탈중앙화는 대중적 소유권이나 공평한 통제를 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음을 의미하게 된다. 구조와 책임 간 불균형을 우려하게 한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이 두얼굴을 지닌 존재라면 금융안정을 위한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대중 교육이다. 규제 관할권이 국별로 나누어지고 글로벌 규제 협력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규제의 차이를 악용할 수 있다. 글로벌로 운영되지만 글로벌 책임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방어의 최전선은 대중에게 두어져야 한다. 교육은 대중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즉각적인 수단이다. 필요한 교육은 전통적인 금융 이해력 수준을 넘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이며 이 실사에서 대중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주도하는 대중 교육이 긴요하다.

 

둘째, 제도 설계다. 대중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올바른 제도 설계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에 필요한 개념적 도구는 상당 수준 논의되어 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준비금 공개, 감사, 합리적 운영 기준 등을 요구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파생금융상품처럼 작동한다면 파생금융상품처럼 다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며 위험을 수용 능력에 맞추어 관리하는 것이다. 금융의 제도 설계에서 법의 지배(rule of law)는 핵심이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정책의 여명지대(zone of twilight)를 다룸에 있어서는 전문성의 지대(zone of expertise)를 살펴야 한다.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 사법당국 등 유관기관(stakeholders)의 전문성이 발휘되는 이니셔티브와 정책 거버넌스 설계가 긴요하다.

 

지구촌 핫이슈인 스테이블코인의 두얼굴을 고려하며 올바른 대중 교육과 제도 설계를 통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사회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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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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