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정치중립적 통화정책기조 견지
민주·공화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
금리인하 효과는 대선 한참 뒤 현실화
미국이 4년 반 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금리인하다. 미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빅컷(big cut)이다. 미 연준은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금리인하는 곧 다가오는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민주, 공화 양당 대선 후보들은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즉각 반응했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높은 물가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컷을 할 정도면 경제가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선거 전에 금리를 내림으로써 중앙은행이 '정치를 하고 있다(playing politics)'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뿐 아니라 공화당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은 이번 결정이 '뻔뻔스럽게 정치적(shamelessly political)'이며 중앙은행이 해리스에게 유리한 균형을 기울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등 3인의 상원의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 직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정책금리 0.75%포인트 인하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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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KPI자료사진] |
이처럼 빅컷 금리인하는 미 대선을 앞두고 빅 정치이슈가 되고 있다. 트럼프가 반대한 선거 전 금리인하를 단행한 파월은 공교롭게도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원이다. 트럼프가 2017년 연준 의장에 임명했고 바이든이 2021년 재임명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연준 이사회에 합류했고 민주당 좌파와는 거리가 있을 법한 사모펀드 출신이다. 정파를 초월하는 경력의 중앙은행가로 볼 수 있다. 파월은 이번 선거가 자신이 연준에서 맞는 네 번째 대선이고 금리인하 결정을 포함하여 연준이 하는 모든 일은 정치와 무관함을 밝혔다. 연준은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적 인물도 섬기지 않으며 오로지 국민을 대신하여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책무에 전념할 따름임을 강조했다.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파월의 확고한 철학이 천명되는 가운데에도 경제가 11월 5일 대선 투표장으로 향하는 미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에 민주, 공화 양당이 금리인하를 정치적으로 각자 유리한 쪽으로 이용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리스와 민주당은 금리인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너진 경제를 재건한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업적을 상징하는 신호로 내세울 수 있다. 반면 트럼프와 공화당은 금리인하는 경제가 약하다는 신호라고 계속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선거전략을 펴는 와중에도 낮은 금리는 오랫동안 높은 물가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어 온 유권자들에게 근본적으로 우호적 경제 환경이라는 점을 양당 모두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금리인하는 전 세계적 팬데믹,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축,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증폭시킨 심각한 공급 충격을 겪으며 헤쳐나온 격동의 시기를 일단락짓는다는 의미에서 파월에게 분수령이 되는 정책 결정이라 할 수 있겠다. 바이든은 정책이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며 연준이 이룬 성과를 평가했다. 2022년 약 7%로 정점을 찍은 인플레이션율은 현재 연준의 목표인 2%에 근접해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율이 둔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이낸셜타임스-미시간대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명 중 4명이 물가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경제 인식이 전환점에 왔는지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과 추가 금리인하 시사가 유권자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준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높은 금리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그에 따라 물가가 낮아지는 데는 최소 9개월이 걸리며 낮은 금리를 소비자들이 느끼기까지는 약 12개월이 걸린다.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한다면 이제 시작한 금리인하의 효과가 경제 활동에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려면 50일도 안 남은 대선이 지난 시점인 2025년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 선거일 전까지 고용, GDP 등에 금리인하가 크게 영향을 미치기에는 남아 있는 기간이 짧은 것이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일부 유권자들은 선거일 몇 달 전에 이미 경제에 대한 마음을 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이 지난 4월, 5월, 6월에 경제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도 고려사항이 된다. 아울러 7월에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해리스에게 횃불을 넘겼다는 주요 정치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후보 교체 이후 경제에 대한 일부 여론 조사에서 해리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이들 유권자가 바이든이나 트럼프의 정책을 모두 지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해리스를 바이든만큼 물가와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로 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를 모두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향배가 관심사인 것이다.
공화당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선거일 직전 3개월 동안 5.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용상황은 어려워 실업률이 1992년 6월 7.8%라는 우려스러운 정점을 찍었다. 이는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세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유권자들이 부시를 버리고 클린턴을 선출하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 문제는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다. 파월이 더 일찍 또는 더 늦게 금리인하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천명해온 대로 통화정책에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경제를 위하고 있는 반증인가. 그렇다면 대선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안정 속에 지속가능한 번영을 더욱 구가할 것을 가정해볼 수 있고 파월의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정책의 진정한 분수령을 이루는 성과로 평가될 수 있으리라 기대를 걸어 본다. 미 금리인하와 대선을 바라보는 데 종합적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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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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