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가계부채 비상…정부, 은행 닦달 말고 정책부터 전환해야

안재성 기자 / 2023-09-05 16:50:07
당국,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제한…가계대출 총량규제說도
집값·가계부채 상승은 특례보금자리론 40조 등 정책 영향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올해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680조8120억 원으로 전월 말(679조2208억 원) 대비 1조5912억 원 늘었다. 

2021년 11월(2조3622억 원) 이후 1년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또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매달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니 금융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집값 오름세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과 주택 공급이 급감 추세란 점이 더 큰 위험신호를 울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5주 연속 상승세다. 수도권 핵심지역 아파트값은 이미 2021~2022년 최고점의 80~90%가량까지 회복했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10만2299가구)도 54.1% 급감했다. 

자칫 수 년 후 심각한 신규 주택 공급난이 발생,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높다. 집값 상승은 언제나 가계부채 증가를 야기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경고등'에 대응, 지난달 10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국 발표에 은행은 즉시 반응했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도 전 은행 스스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나이 제한을 넣거나 판매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이자 당국은 더 강한 규제를 검토 중이라는 설이 돈다. 2021~2022년 적용됐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집값과 가계부채 상승에 일조하긴 했다. 하지만 훨씬 더 큰 영향을 준 건 정부 정책이다. 

▲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제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했다. 

올해 초엔 분양주택에 대해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의무 폐지, 중도금대출 전면 허용 등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었다.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정당계약(최초 청약 당첨자가 실제 계약 체결 기한 내 하는 계약)을 앞두고 완화된 규제를 소급 적용해 '둔촌주공 구하기'란 지적도 나왔다. 

현 정부는 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외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을 40조 원 한도로 공급했다.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에 따라 올해 2분기부터 집값 회복세가 본격화했다. 그러자 매수 수요도 확대되면서 주택 매수 목적 대출이 증가했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엔 역전세난 등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져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긴 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경착륙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 

정부는 은행을 닦달하기보다 부동산 정책 전환부터 꾀해야 한다. 그게 가계부채를 줄이는데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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