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시 국채 금리 하락 전망…"재정에도 기여"
"'규제 샌드박스'가 가상자산 양적·질적 성장 이끈 점 잊지 말아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야가 모두 업계 손을 들어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거래소 지분 제한이 빠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5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는 하반기 발의를 목표로 논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51%룰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한국은행은 작년부터 은행이 최소 '50%+1주'를 가진 컨소시엄에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원화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는 디지털자산이다. 이론적으로 가치가 변하지 않으며 해외결제, 송금 등에 필요한 수수료가 적어 지급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단점으로 △ 디페깅(가치 연동 불일치) 리스크 △ 취약한 시스템 △ 우회적인 외화 유출 우려 등이 꼽힌다. 한은은 은행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되면 염려되는 문제점을 대부분 현행 규제 체계 내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자본시장 거래소처럼 규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거래소 대주주 지분은 최고 5%, 대체 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는 최고 15%로 제한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한은이 원하는 대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 이뤄질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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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51%룰'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반영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여야 모두 가상자산업계에 우호적이란 점이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위원인 민병덕 의원은 최근 여러 세미나와 간담회 등에서 "제도는 발판이 되어야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며 51%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발행 주체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준비자산, 공시, 유동성 관리 등 설계 기준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그 위에서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장인 김상훈 의원도 "51%룰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면서 "시장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은행보다 핀테크기업이 발행주체가 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은행은 특성상 보수적인 행태를 띠기 마련인데 핀테크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란 판단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부정적이다. 민 의원은 "어떤 산업이든 초기 단계 창업가·투자자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감수한다"며 "여기에 사후적인 소유 구조 변경 등이 가해지면 투자와 혁신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규제 위험을 관리하되 혁신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 역시 "가상자산업계에 지분 규제를 하려면 10여 년 전 시장 형성 초기에 룰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지분 제한을 어렵게 한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모두 최대 주주가 지분 태반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합병심사를 받고 있다.
합병이 승인될 경우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된다. 즉, 금융위 안대로 규제가 이뤄지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 지분을 대부분 매각해야 한다.
국내 2위 거래소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지분 73.56%를 점하고 있다.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92% 취득을 결정하고 공정위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코인원 지분 53.44%를 보유 중이다.
김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강제로 매각시키면 이를 살 수 있는 자본은 거대 해외자본뿐"이라며 "토종 플랫폼 경쟁력 약화와 국부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국채 금리도 가상자산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기류다.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 벤치마크로 불리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2월 27일 연 3.04%에서 4월 3일 연 3.45%로 껑충 뛰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문 소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국채 금리가 낮아져 재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언제든 투자자에게 원화로 바꿔줄 수 있도록 준비자산을 마련해둬야 하므로 결국 국채를 사야 한다. 국채 수요가 증가하면 자연히 국채 가격이 올라간다.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 금리는 하락하므로 정부의 이자부담을 줄여준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가상자산시장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걸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한국을 갈라파고스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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