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가안보 중시 경제정책 전환···현실 속 조화 구현의 지혜 필요
국제 정치경제적 역학관계 제대로 읽고 국익 위해 역량 발휘할 때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안보·경제·기술 3국 협력에 합의했다. 배경으로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힘'이라는 미 CNN 분석 등이 이목을 끈 가운데 정상회담 수일 전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 같은 궤적에서 조명된다.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등 국가안보에 민감한 3개 전략부문에 대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이다.
백악관과 미 행정부는 내년 시행될 이 명령이 자유로운 투자와 교역을 막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작은 야드와 높은 펜스(small yard and high fence)'로 표현되는, 즉 집중된 타겟을 강도 높게 겨냥한 전략적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일종의 정밀 타격(surgical strike)인 셈이다.
미국의 첨예한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군비 증강에 미국 자본과 기술이 제공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행정명령의 핵심 논거였다. 중국에 대한 기존 수출통제를 확대하고 중국의 미국 기술 취득을 제한하며 중국 핵심 전략부문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마이크 파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돈보다 기술이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금액은 이미 급감하고 있지만 미국의 주요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등이 투자와 수반하여 특허, 데이터, 소프트웨어, 주요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들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문제는 파일 부보좌관도 우려하는 대로 일반적인 목적의 범용 기술과 안보 목적의 기술을 어떻게 구별하느냐는 것이다. 여러 목적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인공지능이 단적인 예다. 인공지능 부문의 경우 가령 최근에 뜨고 있는 K-팝 밴드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음악을 생성하는 범용 기술 개발을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 이러한 기술의 이전까지 차단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수개월 동안 백악관과 행정부는 '작은 야드와 높은 펜스'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각계의 코멘트와 의견수렴 절차 등을 공식적으로 밟는다. 공화, 민주 양당에 국가안보와 관련한 경제정책 이슈에 엄격한 성향을 지닌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로사 들로로 하원의원 등이 포진되어 있어 미 의회도 9월 가을 회기가 다가오면 행정명령의 핵심 이슈 등에 대해 본격적인 토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을 앞둔 정치일정도 이어지고 있기에 양당의 강경론자들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다.
반면 투자업계에서는 규제의 강도와 범위를 낮추기 위한 대정부 로비에 적극 나설 태세다. 정치권과 업계의 입장에 간극이 큰 가운데 백악관과 행정부가 수개월 내에 정밀 타격이 가능한 룰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우려되는 것은 미국이 취하는 일련의 접근방법이 중국으로 하여금 다른 대체 교역국들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탐색하도록 압박할 개연성이다. 이와 같은 여러 복합적 상호작용에 대한 면밀한 인식 없이 국가안보를 내세우는 경제정책 전환을 확장해 나갈 경우 자칫 '큰 야드와 낮은 펜스'를 만들 위험성도 없지 않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접근방법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해 왔다. 6월 영국과 대서양 선언(Atlantic Declaration)을 발표하고 경제안보를 양국간 파트너십의 핵심에 두기로 합의한 바 있다. 기술과 경제, 국가 안보가 어느 때보다 상호 얽혀 있는 가운데 중국과 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했다. 금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또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접근방법을 지지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 공화당 또는 보수주의자가 항상 무역에서 자유방임(laissez-faire)을 옹호한 것은 아니었다. 레이건 미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도 무역에 있어서는 자유방임을 배격했다. 1985년 행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유무역은 정의상 공정무역이다(Free trade is, by definition, fair trade)'. 자유무역을 신봉했지만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신봉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20여 년간 자유무역은 언제나 어디서나 완전무결하게 선한 것이라는 생각에 의문을 품는 것이 금기시되었다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중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하며 바뀌었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무역과 경제정책 관점에서 바라볼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는 이번 달 발표한 행정명령과 이어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한미일 3국 안보·경제·기술 협력 합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하겠다.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무게중심을 두고자 하는 미국으로서는 국가안보 중시 경제정책 목표의 성공 여부는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균형 감각을 가지고 그 목표를 어떻게 조화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정책 전환 흐름과 국제정치경제적 역학관계를 제대로 읽으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 심화되어 갈 동맹국 협력의 틀과 미중 패권 전쟁의 복합적 환경 변화 속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적극 발휘해 나가야 할 때다. 각국은 고도의 정치경제적 수읽기에 이미 들어가고 있기에 우리 정치인들과 정책결정자들도 국익을 위해 더욱 지혜롭게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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