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빅데이터] 땅바닥에 떨어진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

UPI뉴스 / 2023-03-29 09:02:32
국회의원 감성 연관어 긍정 28% vs 부정 70%
부적절한 자격·부당한 특혜…국민 마음 멀어져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국회에서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싸늘하다 못해 시베리아 벌판처럼 얼어붙어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3개 안을 만들어 토의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이다.

전문가들조차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이름조차 복잡한 방안이다. 이렇게 난해한 여러 개의 안이 토의된다는 의미는 여야 간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연관어(캐치애니): 국회의원(2023년 3월 1~29일)

왜 유권자들의 관심이 땅에 떨어진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캐치애니(CatchAny)를 통해 지난 3월 1일부터 29일까지 '국회의원'을 검색으로 연관어와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먼저 '국회의원'에 대한 상위 10개 연관어는 '민주당', '이재명', '국회', '정치', '국민', '국민의힘', '생각', '정부', '검찰', '일본'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1). 온통 싸움판이 벌어지고 있는 흔적만 남아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민생과 관련된 연관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전국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래도 연금 개혁이라는 국가의 중대 현안에 대해 여야 간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와는 크게 대비된다.

국회의원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이용해 감성적으로 연관되는 단어와 긍정과 부정 비율을 살펴보았다(3월 1~28일).

분석 결과 감성 연관어는 '체포', '범죄', '비판', '논란', '혐의', '갈등', '의혹', '우려', '금품', '불법정치자금' 등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내용은 거의 없고 부정적인 것으로 도배되다시피 할 정도다. 뿌리 깊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된다. 빅데이터 긍정과 부정 감성으로 비교해 보면 긍정은 28%, 부정은 70%로 나타났다(그림2). 

▲ 감성연관어&긍부정 비율(썸트렌드): 국회의원(2023년 3월 1~28일)

그렇다면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21~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8.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선거구 조정이나 비례대표를 확대하기 위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늘려도 된다'는 선거제도 조정기구와 같은 방향의 응답은 고작 9%에 그쳤다. 오히려 지금 숫자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57%로 압도적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지'도 물어보았다. 소선거구제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52%, 중대선거구제를 선택한 답변은 32%로 나타났다. 소선구제를 선택한다는 응답이 20%P 더 많았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아무 것도 바꾸지 말라는 유권자의 준엄한 평가다.

국민들의 마음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으로부터 점점 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자격'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고심 끝에 선거에서 당선자를 선택했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각종 비리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거대 야당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연일 논란에 휩싸여 있고 집권 여당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땅 의혹'으로 정당성마저 부정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막말과 망언은 숱하게 쏟아지고 있다.

다음은 '국회의원의 부당한 특혜' 때문이다. 희생은 없고 혜택만 누린다는 비판이다. 외국의 국회도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우리 국회는 남용하고 있다. 거의 '황제 국회'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금전적 대우는 대기업 이상의 고액이다. 보좌진은 국가 세금으로 다 보조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뭔가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은 들어 본 적이 오래되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더 추락할 곳 없이 땅바닥에 떨어진 까닭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배종찬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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