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명품 쿠션, 삶의 질 바꾸다 

송창섭 / 2022-10-17 08:56:15
세계 쿠션 시장 석권  日기업 가지 오가와 가나메 사장 인터뷰
특수물질 엑스젤, 쿠션부터 골프용품·웨어러블 로봇까지 쓰여
코로나19로 日 수험생·사무직·재택근무자 사이 선풍적 인기
10월5일 도쿄만이 내려다보이는 일본 도쿄 오다이바 컨벤션센터 '빅사이트(Big Sight)'.주 출입구에 개장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올해로 49회째를 맞는 국제복지기기전이다.

이 행사는 3일간 12만 명 가량이 찾는 헬스케어 부문 일본 최대 행사다.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여서 그런지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 10월5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만난 오가와 가나메 (주)가지 사장. 그는 쿠션 하나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서창완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3년 간 약식으로 진행된 것이 올해부터 다시 성대하게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 관련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일본 헬스케어 기업 '(주)가지(加地)'였다.

▲ (주)가지가 네덜란드 기업 라에보와 손잡고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장비마다 엑스젤이 부착돼 있어 강력한 흡수력을 자랑한다. [(주)가지 제공]

(주)가지는 교세라, 일본전산, 호리바·무라타제작소, 닌텐도와 같은 교토(京都)기업이다. 이들 교토기업은 관련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강소기업이다. 교토기업은 '혼신의 힘을 다해 제품을 만든다'는 뜻의 '모노즈쿠리(物作り)'를 경영 모토로 삼고 있다.

(주)가지 본사는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라는 걸출한 경영자를 배출한 교세라 교토 히카리다이(光台)공장 바로 옆에 있다.

아식스 신발 인솔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엑스젤 탄생

(주)가지는 1969년 아식스(ASICS) 제조공장에서 출발했다. 처음 이 회사가 만든 것은 '깔창'이라고 불리는 신발 '인솔'이었다. 오늘날 회사를 세계 최고 기업에 올린 특수물질 '엑스젤'(EXGEL)은 혁신 인솔을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개발됐다.

교토대를 나와 브리지스톤에서 마케팅 임원으로 일했던 오가와 가나메(小川要) (주)가지 사장은 부친 오가와 구니오(小川國男) 회장이 욕창 방지용 매트리스에 쓴 엑스젤을 프리미엄 쿠션에 적용해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 가지가 개발한 특수물질 엑스젤은 고체와 액체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가지 제공]

엑스젤은 고체와 액체 사이 중간 형태인 젤이다. 딱딱하지도 물컹거리지도 않은, 액체와 고체 장점만을 갖고 있다. 엑스젤이 들어간 쿠션은 앉는 사람 엉덩이에 맞춰 모양이 만들어진다.

체형 교정은 물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오가와 사장은 "코로나19로 사람들 씀씀이가 줄긴 했지만, 집에서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쿠션 시장은 되레 성장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명품 쿠션 '엑스젤'을 만드는 오가와 가나메 (주)가지 사장. [서창완 기자]


이번 전시회에서 (주)가지가 선보인 기능성 휠체어 쿠션은 큰 화제를 모았다. 고령사회답게 일본 휠체어 시장은 규모가 크다. (주)가지 휠체어 전용 쿠션은 일본 판매 1위다. 오가와 사장은 "휠체어 쿠션은 노인성 요실금을 감안해 표면이 방수처리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호보험(介護保險·개인 요양보험)을 든 일본인들에게는 정부에서 휠체어 및 쿠션 렌탈비 90%를 보조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우리 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미용실 전용 등 쓰임새도 다양…1000여개 제품에 탑재

엑스젤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대략 1000여개 제품에 들어간다. 미용실 전용쿠션은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른다.

(주)가지는 최근 네덜란드 IT(정보기술) 기업 라에보(LAEVO)와 손잡고 '웨어러블 로봇 슈트'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물건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장비와 피부가 닿는 부위에 엑스젤이 부착돼 있다. 움직일 때 발생하는 충격을 최소화 시켜주는 원리다.

도요타자동차에는 옵션으로 '허그 드라이브'라는 제품이 탑재된다. 이 제품은 엉덩이와 허리를 동시에 받쳐줌으로써 장시간 운전 피로감을 줄여주고 자세도 교정해준다. 최근에는 레이싱 드라이버를 위한 '엑스젤 모터스포츠'시리즈도 개발됐다. 모터스포츠 전용 쿠션 역시 주행 중 흔들림을 잡아주고 충격을 흡수한다.

▲ 일본 수험생들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부엉이 시리즈 쿠션 [가지 제공]

헬멧과 어깨 사이에는 충격흡수용 엑스젤 패드가 부착됐다. 오가와 사장은 "해당 기업과 비밀유지협약을 맺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도요타 말고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도 우리 제품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양인 '아울(Owl)'시리즈는 일본 수험생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지 주력 제품이다. 엉덩이 부분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장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수험생과 사무직원들에게 인기가 있다.

골프 패드 쓰면 안전사고 줄이고 비거리 향상돼

(주)가지 제품은 2019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생활용품 유통 전문기업 '메사네트워크'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메사네트워크가 최근 선보인 골프 전문 패드도 인기다. 쿠션 위에 올라가 스윙하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자세로 스윙하기 때문에 주말 골퍼들 사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가와 사장은 "전문 프로골퍼들에게 자문 받아가며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안전사고 방지 및 비거리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오가와 가나메 가지 사장이 10월5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국제복지기기전에서 자사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창완 기자]

오가와 사장은 한국시장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앉아서(SItting) 즐기는 기쁨'을 주는 게 기업 존재 이유"라면서 "쿠션 하나로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KPI뉴스 / 일본 도쿄=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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