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원유 납품 거부, 사흘 못 넘을 것"…유업계 강경한 이유는?

김지우 / 2022-07-15 15:34:11
낙농가 "유업체 협상 거부 지속 시 원유 납품 거부" 예고
유업계 "낙농가도 손해라 납품 중단 장기화 어려울 것"
용도별 차등가격제 원하는 유업계…정부와 입장 같아
올해의 원유 가격 조정 기한이 다음달 1일로 다가왔지만, 낙농가와 유업체의 원유 기본가격 협상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유업계는 원유 기본가격 협상위원회 인원 추천조차 하지 않았다. 

낙농가는 "유업체 측이 계속 협상을 거부할 경우 원유 납품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하반기 '우유 대란'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유업계는 "길어야 사흘도 못 넘길 것"이라며 여유만만한 자세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일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흘이 넘으면 원유를 다 버려야하는데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손해기 때문에 납품 중단을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제품들. [김지우 기자]

유업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배경으로는 정부와 뜻이 같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 중인데, 이는 유업계가 여러 해 전부터 원해왔던 사안이다. 

원유는 크게 마시는 우유인 '음용유'와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유가공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가공유'로 구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유 생산비 연동제에 의해 두 종류의 가격이 같다. 가공유 가격을 낮춰야 유가공품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유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국내 원유 가격은 리터당 1100원 가량으로, 수입산(450원)의 두 배가 넘는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유가공품의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업체는 원유 수입으로 활로를 찾았다. 2001년 65만 톤이던 원유 수입량은 2020년 243만 톤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원유 생산량은 234만 톤에서 209만 톤으로 감소했다. 

원유 수입 확대로 유업체들의 고민이 전부 해결되지는 않았다. 원유 생산비 연동제로 유업체들이 낙농가에 정해진 가격을 지불해야 함은 물론 쿼터제에 따라 일정량을 구매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산 원유를 쓰는 만큼 손실로 연결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때문에 유업계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꼭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올해는 정부와 입장이 같으니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막 농성, 삭발식 등 강경투쟁을 이어가는 낙농가에 유업계 역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전에는 협상에 임할 수 없다"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013년 낙농가 보호를 위해 원유 생산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유업체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며 "그래도 정부가 원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결국 정부의 의사를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유업계는 일단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국내산 원유 구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낙농가를 달래고 있다. 

하지만 낙농가는 도산 농가가 급증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대립 장기화가 우려된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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