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택근무 종료소식에 활기 되찾는 판교테크노밸리

김해욱 / 2022-05-30 15:55:55
기업들 재택 늘면서 개점휴업…자영업자 '한숨'
게임사들 6월 전면 출근 앞두고 기대감 고조
"여기 들어오려고 묻는 건가요? 그러지 마세요. 많이 힘들어요, 아직…"

경기도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50대 김모 씨는 "요즘 장사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하는 기업들이 많아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가게를 운영하려는 것이라면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고 했다.

"거리두기 풀렸어도 매출은 한창 때 절반"

"한창 때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쳐요. 예전에는 줄 서서 먹고 그랬어요. 직원들이 출근하는 회사들이 있어 몇 달 전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힘드네요."

그는 "여긴 아직도 재택한다는 회사들이 많으니 고민이죠. 지난 2년 동안 매일 괜찮아지길 기도하면서 나와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5월 마지막 금요일인 이 날 김 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는 일곱 팀 정도의 손님이 가게를 채웠다. 그는 "예전에는 점심시간에 테이블이 비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됐어도 정상화되려면 몇 달 걸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5월 판교테크노밸리의 점심 시간.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해욱 기자]

엔씨소프트를 비롯, 카카오, 넥슨, 위메이드 등 국내 굴지의 IT 벤처기업들이 모인 판교 테크노밸리는 자금력이 좋은 유망 기업들이 다수 입주해 있어 상인들에게도 '금싸라기' 같은 요지였다. 주요 구성원들이 MZ세대들이고 회사들도 식대 지원을 넉넉하게 해줘서 구매력이 강남 못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기업은 2021년 말 기준 약 1700여 개다. 게임과 IT, 생명공학기술 등 첨단업종이 전체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만 해도 출근하는 근로자의 수가 약 7만2000명에 달했다.

화려했던 분당판교 테크노밸리, 코로나19 직격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기업들 대부분이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이곳에는 직장인 손님들이 뚝 끊어졌다.

첨단업종답게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에 대한 적응도 빨랐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난 2년간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직장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해욱 기자]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은 상점이 부지기수고 남은 가게들도 한숨으로 보내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테크노밸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30대 정모 씨는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이곳에 들어왔는데 그 때만 해도 손님이 많이 오리라 기대했었다"고 했다. 그는 "알다시피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 아직까지도 손님 숫자가 적다"고 말했다. 

3년 정도 편의점을 운영해 온 50대 진모 씨도 "그나마 5월이 되니 이 정도다. 4월 초까지만 해도 목, 금에는 점심시간인데도 한 사람도 오지 않은 적도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진 씨는 "지난 2년간 새로 열었다가 문 닫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모두 다 나름의 생각을 하고 들어온 것이겠지만 결과가 좋은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후 다른 지역의 기업들은 전면 출근, 적어도 부분 출근을 시행했지만 분당판교는 여기서도 예외다. 5월부터 전면 출근을 결정한 곳도 일부 있지만 아직까지는 재택근무를 유지 중인 회사들이 더 많다. 

개발 및 연구직군들, MZ세대들의 재택근무 선호 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죽을 맛'이다.

▲ 점심시간임에도 판교 테크노밸리 식당들은 한가한 모습이다. [김해욱 기자]


대형 게임사 출근 소식에 자영업자들 반색

주요 게임 회사들이 6월부터 전면 출근을 결정하면서 판교 테크노밸리 상인들에게도 희망은 생겼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비롯, 주요 게임 및 IT 기업들은 2일부터 전면 출근을 결정했다. 전면 재택을 유지하던 회사들도 일부 3+2(3일 출근, 2일 재택)제도를 시행한다.

재택근무를 유지하던 기간 중 개발 중인 신작 게임의 출시가 지연되는 등 기업들도 어려움이 많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자영업자들은 반색했다. 밤에는 돼지고기를 팔고 점심시간에는 국밥을 주로 파는 40대 장모 씨는 "엔씨소프트가 이 동네에서 제일 큰 기업 중 하난데 다음 달부터 나오면 좀 괜찮아질 수도 있겠다"며 기뻐했다.

카페 주인 정 씨도 "이 근처는 점심에 회사원들이 사가는 음료가 매출의 절대 다수"라며 "출근하면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번엔 진짜로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하며 "그 소식 확실한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곳 상인들은 그동안 가급적 세상 소식을 끊고 살았다는 말도 했다. "방역대책이 수시로 바뀌며 '희망고문'을 받는 느낌이라 뉴스를 보는 것도 싫었다"고 했다. 이들은 대형 게임사들이 전면 출근을 결정한 만큼 판교테크노밸리 입주사 중 출근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당 주인 김 씨는 스마트폰에서 기업들의 전면 출근 기사를 확인한 후 "다음 달부터는 좀 나아지겠네"라며 미소지었다.

첨단벤처의 요람으로 주목받았던 판교테크노밸리가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상인들의 웃음으로 예전의 화려한 빛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해욱

김해욱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