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1위 하림, 수입산 공세에도 가격 안 낮추는 이유

김지우 / 2022-05-24 11:19:21
"제품 좋으면 가격 비싸도 선택받는다"
하림의 품질 자신감 보여주는 제조 공정
도계부터 품질 검사까지 곳곳에 음식 철학 반영
닭으로 유명한 하림은 '다소 비싼' 제품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수입산의 저가 공세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출시한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에도 하림은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하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품질이다. 제품이 좋으면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는다는 확신이 있다. 이는 김홍국 하림 회장의 소신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제대로 만들려면 첨단설비와 신선한 재료에 투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원가가 올라가고 가격이 높아져도 품질은 고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해 왔다.

이를 입증하듯 하림은 '비싸다'는 시장의 평가에도 닭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닭고기 시장에서 하림계열의 점유율은 31.3%로 1위다. 하림계열에는 하림, 올품, 한강식품, 싱그린에프에스 등이 있다.

하림의 품질 자신감 보여주는 제조 공정
도계부터 품질 검사까지 곳곳에 음식 철학 반영 

하림의 품질 자신감은 제조 공정에서 드러난다. 하림은 익산에 '닭고기 종합처리센터'(13만5445㎡)와 가정간편식(HMR)을 생산하는 '퍼스트키친'(12만3429㎡)을 두고 있다. 정읍에도 도계 공장이 있다.

하림의 대표 상품인 프리미엄 닭고기와 가정간편식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기자가 방문한 익산의 두 공장에는 하림의 프리미엄 음식 철학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앞에 닭 한 쌍과 병아리들의 동상이 놓여있다. [김지우 기자]

대표적인 것이 도계 과정이다. 하림은 양질의 닭고기를 얻기 위해 닭을 잠재우는 도계 과정도 차별화했다. 일반적인 육가공 업체들이 전기충격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하림은 가스스터닝(가스 살포 방식)으로 닭을 잠재운다. 가스스터닝을 하면 닭의 혈액이 훨씬 빠르고 말끔하게 배출되기 때문이다.

하림 유영삼 팀장은 "닭을 어떻게 잡느냐는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며 "전기충격을 가하면 닭의 모세혈관에 혈액이 고이게 된다. 그러면 잡내가 날 수 있고, 질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물에 담가 털을 제거하는 탕적 과정도 다르다. 하림은 닭의 모공을 열어 섬세한 탈모를 거친다. "통상 닭 공장에서 탕적 기계 1대를 쓴다면 하림은 4대를 운영 중"이라는 설명. 기계의 수와 과정이 추가되는 만큼 공정 비용은 올라간다.

탕적을 마치면 근육 자극(스티뮬레이션)으로 닭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작업을 한다.

▲하림은 가스스터닝 방식을 활용해, 닭의 모세혈관에 있는 혈액을 쉽게 배출되도록 하고 있다. 전기충격을 가한 생닭(왼쪽)과 가스스터닝한 하림의 생닭 비교 사진. [김지우 기자]

하림의 닭은 물 대신 차가운 바람으로 닭을 빠른 시간에 세척하는 '에어칠링' 과정도 거친다. 하림은 2012년 국내 최초로 풀에어칠링 공정을 도입했다. 에어칠링은 도계작업 3시간 50분 중 3시간 20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공정이다. "물로 씻으면 닭고기 풍미가 훼손되거나 교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에어칠링을 고집하는 이유다.

이후 고기 온도를 2℃로 신속히 낮춰 신선도를 유지시킨다. 소금을 뿌리는 염지와 개체 포장 과정인 로딩빈(loading bin), 중량별 선별, 영상품질검사 등을 거쳐 제품이 완성된다.

삼계탕의 경우 신선함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도계에서 가공 시간까지 24시간 내(삼계탕 기준) 조리, 급속 냉동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하림 에어칠링 과정. [하림 제공]

김 회장은 곡물, 사료, 육가공 생산, 식품 제조, 유통, 판매의 식품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계열화 사업은 1986년부터 이어져왔다.

저가 경쟁보다 중요한 우리 농가와의 상생

이 과정에서도 하림이 특히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농가와의 상생이다. 2021년 기준 하림은 국내외 1093개의 농가와 사육계약을 맺고 있다. 그 중 국내 농가가 915개다. 우리 농부들이 직접 키운 닭의 품질을 고집하면서 함께 상생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림 변관열 부장은 "수입산 닭 업체들과 가격으로 승부하면 우리 농가들이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농가와 상생을 위해서라도 좋은 품질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하림 퍼스트키친 입구 [김지우 기자]

라면·밥 후발주자 하림,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

하림은 가정간편식(HMR)도 다른 제품들보다 비싼 가격에 내놨다. 원가가 높다는 게 이유다.

라면업계 후발주자인 하림은 '더미식(The미식) 장인라면'과 '더미식 유니자장면'에 분말스프 대신 액상스프를 적용했다. 하림 퍼스트키친에서는 깊은 맛을 위해 닭·소고기, 다시마, 양파, 마늘 등으로 20시간 동안 국물을 고아낸 후 이를 농축해 액상스프로 만든다.

하림은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주변 농가에서 공급받는다. 신선한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육수의 기본이 되는 닭뼈는 9㎞ 떨어진 하림 닭고기 종합센터에서 가져온다. 기자가 차량으로 이동해보니 14분 정도 걸렸다.

▲ 재료를 다듬고 있는 직원(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만두 생산라인, 건면 생산라인, 더미식 밥 생산라인 모습. [하림 제공]

하림은 면 건조 방법에도 공들인다. 'Z 노즐 공법'을 사용한다. 120℃ 이상의 열풍 노즐을 최대한 면에 가까이 붙여 위 아래에서 동시에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하림 퍼스트키친 K2에서 만난 하림산업 2공장 변종배 고문은 "라면을 먹으면 붓거나 소화가 잘 안된다는 분들이 있는데 하림은 밀가루를 육수로 반죽해 소화가 잘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심 출신의 라면 전문가다.

최근 론칭한 '더미식 밥'은 보존제나 첨가물 없이 쌀과 물만 사용했다. 밀봉한 밥에 100℃ 이상의 고온 물을 분사해 12분간 뜸들이는 방식이다.

하림 관계자는 "동물복지, 좋은 원재료 사용 등으로 원가가 높은 만큼 제품 값도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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