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린 속옷업계, 흑자 전환 vs 자금난에 소송

김지우 / 2021-11-17 18:44:57
쌍방울 비비안·트라이, 흑자 돌아서
'백양' BYC, 실적 유지…온라인 강화
좋은사람들, 자금난에 주주들과 분쟁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편한 속옷·파자마 등 내의 수요는 늘었지만, 국내 전통 속옷기업들의 실적에는 희비가 갈리고 있다.

SPA(의류 전문점) 브랜드·신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의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전통 속옷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브랜드·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유통채널 마케팅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 비비안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외관. [쌍방울그룹]

18일 업계에 따르면 비너스·와코루 등을 운영하는 신영와코루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6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2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94억 원으로 4.6% 성장했다. 해외 매출은 줄었지만 국내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내의를 판매하는 국내 업체 중 매출 기준 1위다.

쌍방울그룹의 비비안도 호성적을 거뒀다. 올 3분기까지 비비안의 영업이익은 21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4억 원 적자에서 벗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늘었다.

비비안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난 데다 신규 고객층인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신규 브랜드 론칭, 전략 기획 제품 출시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비비안은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브랜드를 다각화했다. 지난 4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 '나나핏'과 8월 애슬레틱 캐쥬얼 브랜드 '그라운드브이'를 론칭했다. SS(봄·여름) 시즌에 맞춰 출시한 '라이트핏(Lite Fit) 브라'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매출을 거뒀다.

비비안 계열사 훼미모드가 영위하는 해외 브랜드 '바바라', '플루토' 등 고가 제품 수요가 증가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바바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비비안은 기존 백화점·할인점 등 전통적인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편의점·홈쇼핑 등 신규 유통 채널별 상품 전략을 달리했다. 특히 홈쇼핑에서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비비안은 세대별 전략 제품을 출시하고, 이달 초 처음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고객 경험 확대하는 등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2019년 남영비비안을 인수한 쌍방울그룹의 주요 브랜드 트라이는 매출이 소폭 줄었다. 트라이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보다 1.7% 줄어든 729억 원을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8억 원의 적자에서 9억 원에 달하는 흑자를 내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 BYC 모델 아린. [BYC 제공]

BYC, 아이돌 홍보·온라인 전용 상품 확대…MZ세대 공략→실적 유지

백양 메리야스 등으로 유명한 BYC 역시 매출이 소폭 줄었다. BYC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14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하며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BYC는 내의 사업 외에 건설·분양·임대, 광고대행 등의 사업 또한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과거 운영했던 공장 부지를 활용해 임대 사업 등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섬유 제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대신 건설 사업 영업이익이 소폭 늘고, 광고대행 사업의 적자 규모가 감소했다.

BYC는 지난해부터 전속모델에 오마이걸 아린을 내세워 MZ세대 공략하고 있다. 공식 SNS(사회 관계망)와 유튜브 채널 등으로 홍보를 진행 중이다. 특히 자사 온라인몰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전용상품을 만들거나 카카오쇼핑하기·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했다.

BYC는 무봉재(심리스) 제품과 신유형 브라의 비중을 확대하고 스마트 발열내의 생산, 홈웨어·라운지웨어 판매 강화 잠옷 개선, 화장품 신규 취급 등 신제품 개발 강화와 전략적인 소비 품목 취급을 통해 변화하는 소비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 좋은사람들의 대표 브랜드 '보디가드' 홍보모델 한예슬. [좋은사람들 제공]


'부진한' 좋은사람들, 사업 다각화로 실적 회복할까

불어난 적자와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경영권 분쟁 소송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보디가드·예스 등을 운영하는 좋은사람들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14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32억 원)보다 16억 원 늘어 수익성이 악화됐다.

좋은사람들은 1993년 방송인 주병진 씨가 설립한 회사다. 주 씨가 경영권을 매각한 후 인수·합병(M&A)을 거쳐 성장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좋은사람들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2016년 개성공장 가동 중단으로 40억 원대의 적자가 2017년까지 2년간 이어졌다. 2018년 흑자 전환했지만 2019년에는 103억원 순손실을 냈고 2020년에는 순손실이 247억원으로 커졌다.

2018년 10월 최대주주가 된 이종현 전 대표가 회사를 인수한 자금이 라임자산운용과 연관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올해 3월 좋은사람들은 2020년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이 거절돼 주식거래마저 정지됐다. 회사 자금이 외부에 사용되거나 우발채무가 발생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사외이사와 감사, 노조 등은 이 전 대표를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각각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엔 좋은사람들의 주주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좋은사람들이 지급불능이 아니며 채무초과로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업회생절차는 채무의 일부를 탕감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부채를 조정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법원은 좋은사람들에 주주들이 실질주주명부 등을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좋은사람들 측은 법적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회사 안팎의 난관을 타개할 돌파구로 좋은사람들은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작년 3월 의약품·의약외품·보건용품 제조 및 판매업을 등록했다. 이어 올 2월엔 음식점업부터 식품제조 판매·식품관련기기 제조,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유통 등을 정관에 추가했다. 섬유 사업에서는 리바이스 언더웨어 라이센스 계약을 2023년 11월까지로 연장했다.

속옷업계 관계자는 "SPA 브랜드·스타트업 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전통 브랜드들의 성장이 둔화된 측면이 있다"며 "통상 내의 등 패션사업은 재고가 많이 남으면 그 해 영업이익이 줄었다가 이듬해 이월상품으로 판매하면 영업이익이 회복된다. 그러나 일부 기업처럼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손실 회복이 어려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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