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재건축 완화"…집값 들쑤시는 서울시장 보선

김이현 / 2021-03-29 11:07:58
박영선·오세훈, 정비사업 필요성 내세우며 선거전 '가열'
공급확대·35층 룰 해제 등 한 목소리…각론에선 온도 차
"공공이든 민간이든 개발호재…다음 선거 이어질 가능성"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연일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단기간에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선 막혀있던 개발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일부 재건축 지역에선 과열 양상이 여전하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를 뒤집는 공약까지 나오면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향후 집값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서울시장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설치돼 있다. [정병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방향은 비슷하지만, 그동안은 주체가 '민간이냐, 공공이냐'를 두고 결이 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후보도 "공공만 고집하지 않겠다"며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영선, 공공·민간 재건축 추진 등 '조건부' 공약 제시

박 후보는 28일 고속터미널과 강남역을 방문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조하는 공공·민간 참여형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무조건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반대하지만,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이 느렸던 지역을 직접 찾아가 챙기면서 공공·민간이 공유하는 사업모델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남산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경우 35층 층고 제한을 풀겠다고 했다. 한남대교 입구에서 양재역까지 경부고속도로 6㎞ 구간을 지하화하고, 여기서 생기는 10만평 가운데 5만평은 생태공원, 나머지 구역엔 평당 1천만 원대의 반값 아파트를 분양하겠다고 약속했다.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공시지가 인상률을 10% 이내로 조정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어느 정도 선을 그으면서 '조건부 공약'을 내건 셈이다.

오세훈, 전방위적 규제 완화 방점…"민간 주도"

오세훈 후보는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과감하게 약속했다.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노원구 상계동, 강남구 압구정동, 광진구 자양동 등 구체적인 지역까지 언급했다.

또 한강변 35층 룰 완화, 안전진단 통과 기준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조건 없이' 풀고, 공급의 핵심 주체를 민간으로 되돌리겠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수요 억제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누르기만하다 지금의 집값 폭등으로 연결된 만큼, 시장이 나서서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 강남구 압구정 4구역 중 한 곳인 한양6차 아파트 [뉴시스]

압구정·목동 재건축 훈풍…신고가 사례 속출

재건축 기대감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차(전용 196.21㎡)는 지난 15일 63억 원에 거래돼, 한 달 전 실거래가격 51억5000만 원보다 11억 원 이상 올랐다. 대치동 은마(전용 76.79㎡)는 지난 2일 22억4000만 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차(전용 53.88㎡) 역시 이달 15억 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목동에서는 지난주 목동신시가지 12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 판정인 D등급을 받았다. 14개 목동아파트 단지 중 8단지를 제외한 모든 단지가 1차 안전진단을 넘기며 말 그대로 재건축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재개발 기대감 커지면 집값도 키맞추기 가능성"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열흘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눈여겨봐야 할 변수"라며 "여야 서울시장 후보 모두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언급하고 있어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박 후보는 현실적으로 정부의 방침에 반하는 방향으로 선도해나가긴 쉽지 않을 것 같고, 오 후보는 층수 완화 등 서울시장 권한 내에서는 실현 가능할 것"이라며 "공공 주도든 민간 주도든 재개발을 해야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었으니, 개발호재에 따른 재건축 아파트값은 뛴다. 결국 기존 아파트도 키높이를 맞춰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선거의 임기는 1년 2개월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상징적인 재건축 사업장의 진척 상황이 다음 선거에서 제시될 공약의 사전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부분이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에 반영되면 조금이든 많이든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지속적인 시중 유동성 증가 등이 금년과 내년의 부동산 시장 상승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일반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재건축 아파트도 방향성을 같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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