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전세값 1년만에 하락…일시적 현상 vs 변곡점 진입

김이현 / 2021-03-26 15:37:25
매물 누적에 거래량 확연히 감소…숨고르기 장세 지속
실거래가도 내려가는 분위기…"올 여름까지 이어질 것"
"아직 대세 하락 신호탄 아냐…추세전환 좀더 지켜봐야"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던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이 45주 만에 꺾였다. 시장에선 전세 매물이 쌓이고,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본격 하락세로 이어질 조짐이라는 전망과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진단이 엇갈린다.

▲ 송파구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강남4구 중심으로 전셋값 하락세 

26일 강남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인근 부동산 시장은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조정되고 있는 분위기다. 매매뿐 아니라 전세도 상승장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만큼, 이제는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전역에서 치솟은 전셋값이 다시 내려갈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전용 84㎡)은 이달 8일 15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도곡동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도곡렉슬 30평대 종전 최고가는 18억 원이었고, 올 초까지 그 수준을 유지했다"며 "매물이 점점 쌓이면서 지금은 15억~16억5000만 원대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 84㎡)는 지난 5일 12억5000만 원에 전세계약됐다. 지금 나와있는 매물도 대부분 13억~14억 원대다.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30평대가 13억5000만 원 안팎이라고 보면 되는데, 매물이 꽤 있어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올 여름 비수기 시즌까지는 적어도 더 오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서울 강남구의 전셋값은 전주보다 0.02% 하락했다. 송파구(-0.01%)도 49주 연속 상승을 끝내고 하락 전환했고 성동구도 0.0%로 보합세다. 강남 4구 전체로는 91주 만에 보합(0.00%)세다.

민간 통계기관인 부동산114자료를 보더라도, 이번 주 서울 전세가격은 0.03% 올라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권 전세값은 강남구와 송파구가 보합을 나타냈고, 서초구는 0.06% 올랐다. 특히 강동구는 0.18% 하락했다. 

매매·전월세 매물 쌓이고 거래량 줄어

유의미한 지표인 매물과 거래량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전월세 매물은 총 8만6563건으로, 1월 중순보다 1만3000건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1만9070건에서 2만3776건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6825건으로, 지난해 2월(1만3930건)의 절반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이달 거래량은 4535건이다. 아직 신고기한(30일)이 남아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7건이 전세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큰 폭 줄어들었다.

▲ 서울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문재원 기자]

곳곳에서 신고가 사례…'반짝' 하락 가능성도

다만 본격적인 하락장 진입으로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고가 단지는 하락 움직임이 보이지만, 아직까지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전셋값이 '반짝'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로 이어지면서 매맷값까지 껑충 뛴 전례도 있다.

지난해 5월 둘째 주 강남구 전셋값은 일부 정비사업 이슈가 마무리되며 하락전환(-0.01%)했다. 당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2%로,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달 셋째 주 강남구 전셋값은 다시 0.01% 상승했고, 6월 첫째 주는 0.04%로 늘어났다. 이후 매물부족 현상과 개발호재 등이 맞물리면서 단계적으로 상승했고, 지난해 12월에는 0.20%대까지 올랐다.

"당분간 숨고르기 지속…추세 전환 지켜봐야"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전세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세 매물 부족지역이 여전히 많다"며 "봄 이사철을 맞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셋값 하락의 추세 전환은 좀더 지켜 봐야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너무 급등했으니, 지금은 숨고르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는 임대차 3법으로 혼란이 있었다면 지금은 시그널 자체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는 게 불안요소가 될 순 있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라며 "적어도 여름까진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맞물려 돌아가면서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올해 전세시장이 진정되면 지금도 고공비행하는 수도권 집값도 계속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 장세를 대세 하락의 신호탄으로 보긴 이르다"며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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