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관련 공고 일정·특별퇴직금 조건 등 노사 협의中
농협은행, 특별퇴직 503명 신청…작년 356명보다 147명↑ 은행권이 연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에 디지털 전환 및 영업점 통·폐합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권이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 인력 재배치를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빠르면 이달 중순에서 내년 초 노사 합의가 완료되는 대로 일제히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다만 4대 은행은 특별퇴직금을 비롯한 희망퇴직 조건이나 감원 규모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은 모두 명예퇴직을 정례화하고 연말연시에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462명이 떠난 KB국민은행은 연말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피크 적용 기준을 작년 만 55세에서 올해는 만 56세로 일 년 늦췄다. 퇴직금 지급 규모의 하한선과 재취업 지원금 규모는 지난해보다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 4대 은행 관계자는 "더 많은 퇴직금을 주고라도 직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게 경영진 입장"이라며 "코로나19에도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명예퇴직을 늘릴 적기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를 맞아 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되면서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80년생도 명퇴 대상…'코로나·디지털'에 칼바람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에서 눈에 띠는 대목은 만 40세인 1980년생 직원들까지 퇴직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제조업까지 넓혀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비교적 많은 보수에 상대적으로 긴 근속 기간이 취업준비생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으나, 이 같은 은행업 선호 배경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은 이번에 명예퇴직 보상을 대폭 늘렸다. 작년에는 만 56세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 28개월 치,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인 직원에게 20개월 치를 일괄 지급했다.
올해는 만 56세(1964년생)인 직원은 월평균 임금의 28개월 치를 지급하고 1965년생과 1966년생은 각각 35개월, 37개월 치 임금을 퇴직금으로 줄 예정이다. 이어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은 39개월 치 월평균 임금, 1971~1980년생은 20개월 치 임금을 각각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한다.
특별퇴직금을 후하게 책정하자 짐을 싸겠다는 직원들이 급증했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30일까지 진행한 명예퇴직 접수에 직원 총 503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356명 보다 147명 증가한 수치다.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의무 근무 기간 등 제약 요건이 없는 한 모두 퇴사가 진행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법에 의거 특수은행으로 설립된 농협은행은 정부의 농업정책자금을 집행하는 금융기관으로 다른 민간 은행에 비해서도 장기 근무하는 등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힌다"면서 "일부 시중은행들이 40대 행원을 퇴직 대상에 올린 전례는 있지만 농협은행이 젊은 행원들까지 내보내겠다고 나서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SC제일은행 또한 지난 2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수십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상무보 이하 전 직급 중 만 10년 이상 근무한 만 55세(1965년 이전 출생) 행원을 대상으로 최대 38개월 치 임금을 명예 퇴직금으로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울러 올해 퇴직 대상자에게는 취업 장려금 2000만 원, 자녀 1인당 학자금 1000만 원씩 최대 2명을 지원한다.
4대 은행, 지난해 감원규모 넘어서나…2000명 육박할 듯
최근 몇 년간 은행들은 연말쯤 고(高)연령 임·직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진행하며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꾀해왔다. 20~36개월 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며 희망퇴직을 유도한다.
지난 2016~2019년 4년 동안 주요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줄어든 인력은 1만 명에 육박한다. 작년 한 해 4대 은행의 희망퇴직 인력은 약 17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별로 각 400명대 이상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 규모는 매년 크게 변동은 없었지만, 올해는 농협은행의 선례를 볼 때 예년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와 핀테크 대두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희망퇴직 확대나 지점 폐쇄 등 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젊은 행원도 내보내는 마당에 신규 채용은 당연히 축소하는 추세다. 올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에 새로 입사한 인원은 2000명가량으로 지난해 2779명 보다 30% 정도 줄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판관비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64% 수준으로 글로벌 은행의 50%와 견주면 높다"고 지적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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