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공들이는 국민의힘 측에 안철수 존재감 과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0일 개천절 집회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같은 날 나온 두 대표의 메시지는 사뭇 달랐다. 김 위원장은 광화문 집회를 3·1 운동 만세 시위에 빗대며 '가슴이 뭉클하다' '죄송스러움을 느낀다'라고 했다. 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집회 참가자를 출당 조치하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 내 의견을 종합해보면 두 사람의 메시지에 담긴 속내는 제각각이다. 김 위원장은 집회 추진 세력을 '3·1 만세 운동에 나선 선조'에 비유했다. 그는 "애국심 하나로 3·1 만세 운동에 나선 선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부디 집회를 미루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전면 취소'가 아닌 '연기 요청'을 하는 선에서 그쳤다.
메시지 수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아부성'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낮았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극우 결별'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김 위원장은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원흉으로 지목되자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라고 단호하게 거리두기를 했고,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와의 결별을 강조해왔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표밭 지키기를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1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 기반을 적으로 만들어서 그들의 원성을 살 필요가 뭐가 있겠나"라며 "가는 길에 발목잡혀 개혁이 좌절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완곡한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대표는 전날 국민의힘을 향해 '출당 조치'를 언급하는 등 강한 비난 목소리를 냈다. 안 대표는 "제1야당은 지난번 광복절 집회 때보다 더 분명하게 개천절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며 "개천절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출당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가 다른 당을 향해 '출당' '징계' 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울러 안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도심 집회는 문재인 정권에게 좋은 핑곗거리만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극우와의 결별'이라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이에 '극우 출당 조치' 카드를 꺼내며 국민의힘과의 연대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안 대표의 메시지는 '통합 카드' 제안이라기보단 "주도권 확보를 위한 신경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도 통합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테지만, 주도권을 쥐고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라며 "이번 발언은 당의 선명성을 강화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발언"이라고 했다.
박 평론가 역시 "개천절 집회는 안 대표가 자신의 중도개혁 포지셔닝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타이밍이다"라며 "야권지형에서 국민의당의 존재 가치와 안철수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닌 '참여하는 사람 응징하라'는 더 센 메시지를 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안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는 청년정책 간담회 '온 택트 : 연결고리'에서 축사를 했다. 아울러 오는 15일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서 야권 혁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 대표를 향해 거듭 연대의 손짓을 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안 대표를 향해 "저희는 언제나 함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제 선택은 안 대표나 국민의당에 달린 것 같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연대 대상"이라며 "그분에게 상당한 예우를 해야 나중에 합칠 때 시너지를 많이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안 대표의 특징은 합당과 창당을 할 때 꼭 대표 자리를 맡았다는 것"이라며 "여러 행보를 볼 때, 공동 대표 같은 적절한 자리를 보장해주면 통합 의사를 드러내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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