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2년 만에…매출 반토막·부채비율 두 배 급등
친환경 트렌드·가격전략 등 '두마리 토끼 모두 놓쳤다'는 評 패션기업 에프앤에프(F&F)가 글로벌 시장 확대의 일환으로 인수한 이탈리아 명품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DUVETICA)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2018년 인수한 뒤 줄곧 매출은 급감한 동시에 적자 폭은 확대되고 있다.
에프앤에프에 따르면 듀베티카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럽 현지 3개 자회사의 실적이 일제히 급감했다. 이탈리아에 위치한 듀베디카인터내셔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9억4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2%(14억7700만 원) 감소했다. 실적은 더 큰 폭으로 악화했다. 같은 기간 29억 원이던 영업손실은 40억 원가량으로 확대했다.
이런 부진은 자회사까지 여파를 미쳤다. 인터내셔널의 자회사 불가리아 법인의 매출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6억3900만 원, 영업손실은 6억8000만 원을 기록했다. 듀베티카 라이센스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SRL 역시 매출 5700만 원, 순익 4500만 원에 그쳤다. 모두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수치다.
에프앤에프는 지난 2018년 5월 이탈리아 현지 법원으로부터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를 716만 유로(한화 92억 원)에 낙찰받았다. 이에 따라 듀베디카불가리아 지분 100%, 크로아티아 지분 76%, 그해 6월 SRL 지분 94.55%를 각각 취득했다.
듀베티카는 2002년 캐나다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의 CEO 쟌피에로 바리아노가 설립한 이탈리아 고급 패딩 브랜드다. 몽클레르의 파운드리(생산전문사)였다가 자체 브랜드로 독립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산 원재료를 사용해 고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장점으로 꼽힌다.
에프앤에프는 듀베티카를 발판으로 고급의류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었다. 실제로 인수 당시 F&F 김창수 대표는 "듀베티카의 인프라에 마케팅 투자를 더해 글로벌 패딩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성과는 요원하다. 듀베디카 인터내셔널의 인수 첫 해 매출은 136억9100만 원에 달했지만, 이듬해 100억 원대로 줄었다. 올해는 상반기 실적을 고려하면 50억 원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 1년 반 동안 부채는 151억 원으로 26% 증가한 동시에 자산은 5억6800만 원으로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70%에서 265%로 급증했다. 모회사인 에프엔에프의 부채비율 27%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에 크로아티아 법인을 정리한 것도 건전성 해소 차원으로 풀이된다. 에프앤에프는 매각에 대해 "효율적인 자금 운영을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실적 악화는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섬유패션업계에는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유기농 원료나 동물 복지를 실천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파타고니아의 플리스가 인기를 얻는 게 대표적인 예다. 블랙야크·코오롱·노스페이스 등도 패딩 제작 시 동물복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반면 듀베티카의 경우 프랑스산 거위털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 전략의 실패를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고급의류 시장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유통시장은 최고가 또는 최저가 전략을 지양한 제품이 살아남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듀베티카는 최고급 패딩인 몽클레르에 비하면 저렴한 편에 속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 패딩 구매가 성행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급등했지만 최근 들어 최고급 제품을 제외하고는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다"며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가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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