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가전기업' 도약 시도 실패…비계절가전 비중 48%→18%
변화 실패, 주가 하락 등 악재…올해 자사주 매입 9차례 계절가전 의존도를 낮추고 생활가전 종합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신일전자가 사업 구조 개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력 사업인 선풍기 매출은 늘었지만, 주방용품 등 기타 가전 실적이 감소하면서 되레 의존도가 편중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여름 선선한 날씨와 연이은 장마 등으로 여름철 계절가전 실적 전망도 어둡다.
2018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신일전자는 '매출·영업이익 동반성장'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매출은 1459억 원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13.5%(228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9.3% 감소해 16억 원에 그쳤다.
실적 악화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지난 1분기 매출은 1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2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1분기 적자다. 상반기 실적은 아직 공개 전이다.
주된 요인은 매출의 절반을 넘는 선풍기의 부진이다. 지난해 여름 기온의 영향으로 선풍기 매출이 812억 원에 그쳐 직전 해보다 11% 감소했다. 다른 계절가전도 19%가 줄었다. 국내 선풍기 시장의 압도적 1위라는 점이 되레 발목을 잡았다.
신일전자는 전체 매출의 40%가 하절기 가전에서, 30%가 동절기 제품에서 발생한다. 에어 서큘레이터나 난방기기 제품의 특성상 선선한 여름,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절가전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판관비의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일전자가 지난해 지출한 판매관리비는 347억 원에 달한다.
올해 여름 날씨를 고려하면 향후 실적 전망도 흐리다. 7월 전국의 평균 기온은 22.4도로 평년보다 2도가량 낮았다. 1973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3번째로 낮은 7월 기온이다. 서울로 한정하면 7월 평균 최고기온은 27.9도로 33도가 넘는 폭염은 하루도 없었다.
선풍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고민거리다.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양분화하면서 중간 가격대의 제품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마트가 내놓은 노브랜드 선풍기가 2만4800원, 샤오미 무선 선풍기도 4만 원대다. 반면 신일전자 제품 가격은 공시기준 5만3000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신일 선풍기가 우선순위였는데 최근에는 저렴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매력도가 줄었다"며 "게다가 요즘 고객들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신일전자'의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정윤석 대표 취임 이후 다양한 가전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에는 펫 가전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사명을 신일산업에서 신일전자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전자, LG전자처럼 종합 가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은 요원하다는게 시장의 냉혹한 판단이다.
최근 2년간 1분기 선풍기 매출 비중은 34%→44%→66%로 계속 늘었다. 반면 난방기구를 제외한 기타 제품군은 48%→47%→18%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들 제품의 매출 역시 100억 원대에서 34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쿠쿠전자, 필립스, 다이슨, 발뮤다, 일렉트로룩스, 테팔 등 기존 업체들의 지배력이 공고한 데다가 중소형 주방가전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신일전자가 이 시장을 뚫고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계절가전 위주로 사업을 운용하다가 주방가전 시장에도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익성 높은 초고속 블렌더 시장에서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못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시장 조사를 해보면 신일 제품이 판매는 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의 부진도 이를 방증한다. 31일 종가 기준 1990원으로 월초 대비(1940원) 대비 2.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8%)의 절반이 채 안 된다. 3월 이후 9차례에 걸쳐 116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주식가격 안정을 위해서였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창립자 2세인 김영 회장으로 10.7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의 11명의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13.86%다. 소액주주가 보유주식이 82.52%로 높은 편이다.
신일전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에어 서큘레이터 판매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풍기와 원리는 유사하지만, 가격이 높은 만큼 실적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올해 선풍기 판매목표 200만대 중 70~80만대가 에어 서큘레이터로 예상된다"며 "올 상반기 매출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