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네이버와 'AI스피커 동맹' 맺은 LG유플러스의 고민은?

이민재 / 2020-07-03 18:31:21
자체 AI스피커 없는 LG유플, 선두 기업과 파트너십 전략
똑똑한 AI스피커 되려면 음성데이터 통한 '공부량' 많아야
LG유플 데이터 접근 권한 없어…자체 역량 쌓기는 숙제

이동통신사와 포털이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네이버,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네이버, 구글의 AI기술을 발판삼아 AI스피커 시장에서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4일 ICT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달 초 구글의 AI스피커인 '네스트 허브'와 네이버의 '클로바 클락+'에 자사 서비스를 탑재해 출시한다.

▲ 네이버 탁상시계형 스마트 스피커 '클로바 클락+'. [네이버 제공]


클로바 클락+는 LG유플러스의 스마트 인터넷 요금제 3종 가입을 통해 지급받을 수 있으며, 네스트허브는 LG유플러스의 모바일 또는 인터넷 상품을 구매할 경우 월 이용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구글 입장에서는 자사 상품을 거대 통신사를 통해 판매해, 유통 판로 확대 등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글의 경우 국내 기업에 비해 유통망 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어 온 만큼 LG유플러스와의 파트너십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스피커에 활용된 AI기술 자체는 구글과 네이버의 것이지만, 그 안에는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IOT)서비스가 들어간다.

이를테면 클로바 클락+에 "TV채널 11번 틀어줘"라고 말하면 TV와 연동된 스피커가 이를 알아듣고 사람 대신 채널을 바꿔주는 식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자체 개발한 AI스피커가 없는 상황이다. 이미 KT,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오래전부터 AI스피커를 고도화 시켜오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로 참전하기보다는 선두주자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이미 2017년 5월 AI스피커 '웨이브'를, 구글은 2018년 9월 '구글홈'을 내놓은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2017년 12월 네이버와 협업 AI스피커인 '프렌즈+'를 내놓은데 이어 이듬해인 2018년 4월 AI스피커인 '프렌즈+미니언즈', 같은 해 9월 '프렌즈+미니'를 내놓는 등 파트너십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AI스피커를 고도화 시켜온 포털의 AI스피커를 활용하다 보니 LG유플러스가 자체적으로 '데이터' 축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AI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정교하게 알아듣기 위해서는 방대한 음성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쉽게 말해 사용자들이 AI스피커에 명령을 내릴 때마다, AI는 그 말을 재료 삼아 공부하면서 더 말귀를 잘 알아듣게 된다. 처음 AI스피커가 출시됐을 때, 사용자가 명령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등 '깡통 스피커'라는 오명을 쓴 건 AI의 '공부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네이버와 구글의 AI스피커인 '클로바 클락+'이나 구글 '네스트 허브'에 명령을 내리면 사용 데이터는 네이버와 구글에게 간다. 네이버와 구글은 이 데이터를 재료 삼아 자사 AI를 더 똑똑하게 훈련시킬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법적으로 이 데이터를 축적하거나 활용할 수 없다.

결국 당장 포털의 AI기술을 활용해 자사 서비스를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땐 자체 AI역량을 쌓기 어려운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해 고민인 것은 맞다"면서 "특출나게 잘하는 분야가 아니라면, 이미 잘하고 있는 기업과 제휴해서 우리 서비스를 접목하자는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AI스피커를 출시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처음 AI스피커를 출시하고 시간이 꽤 흘러, 현재는 초반에 비해 AI가 고도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자사 AI-사람 간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력도 꾸준히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AI스피커 시장은 지난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 세계 AI스피커 보급 대수는 2790만 대로 2018년보다 82.4%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작년 기준 약 800만 대 정도의 AI스피커가 보급됐다. 올해는 AI스피커 보급 규모가 10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국내 AI스피커 시장 선두주자는 KT, SK 등이다. 디지털미디어랩 DMC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AI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KT가 3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SK텔레콤(26%), 네이버(16%), 카카오(12%) 순이다.

한편, 카카오는 하반기 중 새로운 AI스피커인 '미니 헥사'를 출시하기 위해 지난 4월 특허청에 미니 헥사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국내 AI스피커 시장을 둘러싼 ICT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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