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90년대 미북수교 맺었다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됐을 것"

장기현 / 2020-06-25 15:35:57
6·25 발발 70년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갈 것인가' 세미나
정세현 "北, 南 물밑제안 기대할 것…워킹그룹 족쇄 풀어야"
"트럼프 아닌 바이든, 대통령 당선 전제 대북정책 수립해야"
북핵 문제의 발생 원인과 해법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초청해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6·25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아 북핵 문제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취지다.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월 9일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UPI뉴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강연에서 주로 미국 대북정책의 역사를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초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맺었다면 한반도 냉전 구조가 해체됐을 것"이라며 "이렇게 불행을 키워놓은 건 미국의 북핵 정책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회고록으로 논란을 일으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그는 "선 핵 포기 후 경제제재 해제를 주장한 볼턴 같은 사람을 써 여기까지 왔다"면서 "실제로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볼턴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 짐작건대, 2000년 이란·이라크·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한 것도 볼턴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는 전제로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바이든 전 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의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그 판을 한국 정부가 짜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일각에서 해체 주장이 나오는 한·미 워킹그룹과 관련해 "북핵 문제에 있어 워킹그룹의 족쇄를 풀고,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에 성과를 내는 데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음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터전을 닦아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질의응답에서 "미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느냐"라고 묻자, 정 수석부의장은 "참모를 잘 둬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 주변에 한 발짝 앞서가는 얘기를 하는 참모들이 있으면 우리가 미국을 끌고 갈 수 있다"면서 "북한을 상대할 때는 문장 속 숨은 행간을 읽어야 하는데 미국이 그걸 못한다. 그런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면서 끌고 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조심스럽게 북한의 입장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남측이 뭘 하는지 봐가면서 자기들도 입장을 정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남측에서 물밑으로 제안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겠느냐"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워킹그룹의 족쇄를 풀고 인도적 지원을 해달라는 게 아닌가 싶다. 틈새를 열어달라는 시그널"이라고 예측했다.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기현 기자]

강연을 주최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볼턴 회고록은 자기가 자랑한다고 써놓은 건데,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고백한 '자백서' 같다"며 "볼턴을 보면서 '한반도 운명을 너희들이 이렇게 허술하게 좌우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초청 강연에는 이 의원, 송 의원을 포함해 4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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