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여의도 문화 균열 깨나 21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이번주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등 주요 직책의 후보군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은 더불어민주당의 6선 박병석 의원과 5선 김진표 의원의 맞대결 구도가 됐다.
여당 몫 국회부의장을 놓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4선의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병)이 '헌정사상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을 내걸고 15일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에 선수(選數)가 앞서는 남성 의원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국회의장 못지않게 국회부의장 경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희, '헌정사상 첫 여성 부의장' 명분 들고 나와
김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제헌국회 이래 대한민국 헌정사 73년 동안 우리 국회의장단에 여성 대표자는 없었다"며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영역에서 공고한 유리천장 하나를 깨뜨리고, 젊은 세대에게 또 하나의 여성 롤모델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유독 정치부문에서 여성 대표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라며 "여성 부의장의 등장은 21대 국회 신임의장단 구성에 있어 국민께 혁신 의지를 보여줄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0년은 성평등 국회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같은 당 김영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함께 21대 국회에서 최다선 여성 의원에 올랐다. 제헌국회 이래 한 번도 국회의장단에 여성이 진출한 적이 없다는 명분이 당내에서 힘을 받으면서, 김 의원이 초반 강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앞서 민주당 여성 의원·당선자들은 김 의원을 21대 국회부의장으로 추대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혁신의 첫걸음으로 '성평등 국회'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주권자를 위해 '일하는 국회'로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 의원들 사이에서도 첫 여성 국회부의장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남성 최고위원은 "김 의원의 부의장 도전에 적극 지지를 표한다"면서 "21대 국회에선 첫 여성 국회부의장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의 출사표로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 가운데 여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는 남성 대 여성 구도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5선 이상민 의원이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같은 5선인 변재일·설훈·안민석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전문가 "상징적 의미 이상" vs "현실 가능성 적어"
21대 국회의 여성 당선인은 역대 최고인 57명으로, 전체 당선인 중 19%에 해당한다. 20대 총선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모두 포함해 총 51명의 여성 의원이 당선돼 당선인 여성 비율은 17.0%로 역대 선거 중 가장 높았는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 성과는 초라한 성적표에 불과하다. 국제의회연맹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국회의장 비율은 278명 중 57명(20.5%), 여성 국회부의장 비율은 582명 중 147명(25.3%)이다. 역사상 국회의장단 중 여성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우리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여성이 국회의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됐다. 시대적 요청이며, 세계적 흐름"이라며 "여성 국회부의장의 탄생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상징적 의미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여성 첫 국회부의장이 나오면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 영향력도 상당할 것"이라며 "여성 문제를 비롯한 남성 중심의 의회에서 소외된 이슈들을 공론화시키는 데 여성 부의장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공서열 중시의 여의도 문화에 균열이 생길지는 의문이 남는다. 일단 김 후보는 다른 남성 후보에 비해 선수가 낮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복수 후보가 나와 무기명 투표인 경선으로 가게 되면 표심의 향배를 알 수 없다는 점도 변수다.
박 교수는 "선수나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국회부의장으로 추대되는 것은 이치가 맞지 않다"며 "추미애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성이란 이유로 뽑힌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엄 소장도 "행정부나 사법부와 달리 유독 입법부를 대표하는 인물에는 여성이 등장한 적이 없다"면서 "국회의 두터운 유리천장이 이번에 깨질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점도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 현실에서 여성 부의장 탄생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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