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회동, 단순한 만남으로 그쳐선 안 돼"

김혜란 / 2020-05-13 16:20:45
13일 삼성-현대차 두 수장 협업 전제로는 '단둘' 첫 만남
현대차,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배터리 수급 다원화 필수
이재용, 전장부품에 애정 각별…현대차 손잡고 우군 확보

"삼성과 현대차의 만남이 단순히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래차 먹거리인 전기차 산업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재계에서는 양사의 협업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평가하고, 단순한 만남이 아닌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구체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닛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계열사간 직속거래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ICT와 완성차 기술의 '이종협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고체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 [삼성전자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 현황을 살피고 미래 전기차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수장이 업무 협력으로 단둘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는 1회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하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고 안전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삼성과의 협업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망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로서는 차세대 배터리 확보로 다양한 소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에는 LG화학 배터리가, 기아차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주로 사용된다. 이때 현대차는 현재 쓰이는 리툼-이온전지를 대신할 삼성 SDI의 차세대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급 안정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특히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운바 공급망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삼성의 입장에서는 '미래차 전장부품'을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이상 현대차와 같은 고객사 확보가 필수적이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BMW와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계약을 직접 도울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가 2012년 합작을 청산했다. 주춤했던 배터리 사업을 다시 살린 건 이 부회장인데, 그는 2012년 독일 BMW를 찾아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에 지난해 삼성SDI가 BMW와 약 4조 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삼성은 또 2016년 하만 인수로 완성차 제조가 아닌 부품 사업에서 미래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항구 위원은 "하만이 음향기기로만 유명한 게 아니라 자율차 소프트웨어로도 세계적인 수준인데, 하만 인수에는 삼성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가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LG화학은 1위에 올라섰고, SK이노베이션도 7위를 기록한 상황에서 국내 3사 모두 세계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이 바짝 쫓는 상황이라 삼성이 세계 시장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의 손을 잡는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아울러 삼성과 현대차 양사는 단순히 수주 차원의 관계가 아니라 기술개발 단계부터 힘을 모을 수 있다. 앞서 2018년 현대차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인 아이오닉 머티리얼스와 솔리드파워에 집중 투자를 하며 배터리 기술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날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 외에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이, 현대차에서는 정 수석부회장 외에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과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이 현장을 찾았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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