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들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부부 '실형'

주영민 / 2020-01-10 10:19:22
필리핀 보육원 유기…여권 빼앗고 귀국후 연락처 바꿔
"정상적 보호와 부양 의무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처벌"
정신장애를 앓는 친아들을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한의사 부부가 징역을 살게 됐다.

▲ 정신장애를 앓는 친아들을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한의사 부부가 징역을 살게 됐다. [UPI뉴스 자료사진]

부산지법 형사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구속기소 된 아버지 A(47) 씨와 불구속기소 된 아내 B(48) 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아내 B 씨는 법정구속됐다.

부 부장판사는 "A 씨 부부는 부모로서 아이를 정상적인 가정에서 양육하고 안전하게 보살필 의무를 소홀히 하고 C 군을 유기한 뒤 방치했다"며 "A 씨가 범행을 주로 행했다고 하지만, B 씨 역시 이를 묵인한 점이 있다. 또 부부는 공동육아책임이 있는 만큼 두 사람 모두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아이교육을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나 아동이 느꼈을 고립감이나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정상적인 보호와 부양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 부부는 2014년 11월께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 C(당시 10살) 군을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보낸 후 수년간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2011년 둘째 아들 C 군이 취학 연령에 이르자 경남 한 어린이집에 맡겼다.

지난 2012년에는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 원을 주고 C 군을 맡긴 뒤 방치하다가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C 군을 집으로 데려갔다.

이후 A 씨는 C 군을 '편부 슬하의 코피노'라고 속인 채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A 씨는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3500만 원을 주고 떠났고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아이 이름을 바꿨다.

또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도록 여권까지 빼앗았고 국내에 들어온 후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후임으로 부임한 선교사는 C 군을 부모에게 돌려보낼 방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아동유기 의심사건'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 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 씨 소재를 찾았다.

A 씨 등이 국내에서 아이를 유기하고 되찾아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해외 유기를 결심하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며 C 군이 필리핀 보육원에서 방치된 사이 나머지 가족들은 괌 태국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수년간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C군은 필리핀 선교사가 운영하는 시설과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됐고, 왼쪽 눈은 실명 상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C 군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로 데려가 버릴 것"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A 씨 부부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 보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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