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는 반려동물과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

김진주 / 2020-01-09 15:14:12
"'가족' 잃었는데 가해자 처벌은 힘든 법, 이제 바뀌어야"

"토순이 사건 이후 한동안 무서워서 잠을 제대로 못잤어요. 자기 전에 두 아이들이 잘 있는지 재차 확인하고, 문단속도 몇 번씩 하고…아이들 산책시키기도 겁나더라고요."

서울 망원동에서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며, 망리단길에서 반려동물까페를 운영하는 이은주(30대) 씨는 "작년 10~11월 무렵 망리단길을 찾던 반려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왜 그런가 했더니, 토순이 사건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토순이 주인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10월 9일, 반려인과 산책하던 중 길을 잃은 개 '토순이'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20대 남성 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됐다. 검찰은 지난 8일 수요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숨진 '토순이'는 머리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인근 주택가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정 씨는 "짖어서 화가 났다"라며 토순이의 몸을 밟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약한 생명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함이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피고 정 씨는 법정에서 "죄송하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다시는 법을 어기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선처를 구했다. 정 씨의 변호를 맡은 이 모 국선변호사는 "원고 측과 합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원고 측에서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후, 정 씨의 변호를 맡은 심정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 변호사는 "직업윤리 때문에 대답하기는 곤란하다. 국선변호사는 거부 권한이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답변했다.

▲토순이 사건 관련 국민청원은 지난해 10월 18일 시작돼 11월 17일 마감됐으며, 총 11만7802명의 동의를 받았다.[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 씨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노령자, 여성 등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및 상해 전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정 씨는 이전 사건으로 출소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다. 

정 씨의 선고재판은 오는 22일 수요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방법원 406호에서 열릴 예정이며 원하는 이는 누구나 방청이 가능하다. 한편, 경의선 고양이 자두사건 2심 재판도 같은 장소에서 오는 13일 월요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토순이·자두·시껌스…사건 달라도 목소리는 하나, "동물보호법 강화"

반려견과 산책하다가 순간 목줄을 놓치거나, 반려묘가 문틈으로 잠시 외출한 사이에 잔인하게 살해당한다면? 그런데, 그 가해자를 처벌하기조차 어렵다면? 이것이 2020년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의 현주소다.

'토순이·자두·시껌스'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반려묘는 같은 아픔을 겪었다.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이들의 반려인들은 사건에 분노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동물보호법 강화"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서 검색어 '동물보호법'을 치면, 총 1409개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그들은 법정에서는 '반성한다'고 하며 선처를 구합니다. 하지만 다른 생명체, 그것도 어떤 이에게는 자식 같은 존재의 생명을 무참하게 짓밟아놓고서 단 몇 달의 죗값도 치르기를 거부하는 것, 심지어 항소까지 하는 것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경의선 자두 살해사건 피해자 예 씨)

"시간이 약이 되질 않네요… 지금도 너무 아픕니다. 이 아픔을 달랠 길이 없어요.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해도 우리 시껌스는 돌아올 수 없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강력처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저처럼 아파할 분들이 많아질 거라는 겁니다."(화성 시껌스 살해사건 피해자 박 씨) 

"자두 살해범이나 토순이 살해범이나 사람에게도 폭력을 휘두른 전과가 있습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해줄까요? 그들을 그냥 두면 너무나 위험하다는 겁니다."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 회원 한 씨) 

"물론, 현행 동물보호법은 너무 약합니다. 하지만, 동물학대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들의 관심이 청원 등을 통해 집중되는 것이나, 이전에는 없었던 실형선고 사례가 하나둘씩 쌓이는 것을 보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저절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 다 함께 노력해야지요!"(망원동 주민 이은주 씨)

"지난해 11월, 반려묘 희야가 죽었어요. 저녁 때 잠시 집 앞에 나갔다가 오토바이에 치였는데, 눈도 감지 못하고 갔어요. 뺑소니친 범인을 잡기도 어렵지만, 잡는다 해도 기껏해야 벌금형이라니! 목숨이 하나뿐인 것, 고통을 느낄 줄 아는 것은 사람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인데요. 동물보호법 강화가 절실합니다."(합정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L 씨) 

"새해부터는 반려견과 마음 편히 산책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느 순간 목줄을 놓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데리고 나가기가 무서워요. 동물보호법 강화의 필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도 불식해야 합니다." (합정동 주민 김 씨)

KPI뉴스 / 김진주 기자 perl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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