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사회적 참사에 기업 책임 물을 법적 근거 마련 필요"

주영민 / 2019-12-26 15:23:22
"현행법은 형사 책임 지우기 어려워" 세월호·가습기살균제 등 사회적 참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고 유발 구조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지난 8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실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가습기살균제 제품들이 올려져 있다. [정병혁 기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26일 열린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에 나선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기업에 대해 처벌하는 법률이 기업처벌을 제대로 할 수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례로 청해진해운은 304명이 사망하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음에도 '해양환경관리법'이 정한 기름유출 행위와 관련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살인죄 또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형법상의 범죄'로는 처벌받지 않았다.

이처럼 참사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처벌이 미진한 것은 처벌근거가 법적으로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 기업은 1950년대 중반부터 경제·행정·환경 분야를 규율하는 법률 속에 '양벌규정'이라는 독특한 조항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왔다. 현재 이러한 법률이 500개가 넘지만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의 근거로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특히 양벌 규정은 범죄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타인(자연인 또는 법인)에 대해서도 형을 과하도록 정한 규정을 말하는데 기업에 대해선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김 교수는 "기업은 헌법재판소 판결(90헌마56 결정)을 통해 '법인도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며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형사책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기조 발제에 나선 김하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행 양벌규정은 기업처벌을 기업에 속한 개인 행위자의 형사책임에 종속된 것으로 볼 뿐, 기업 스스로 책임을 독자적으로 묻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대법원의 양형위원회가 형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실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보면 기업 대표들이 징역형은 선고받았으나 기업 자체는 1억 5000만 원 벌금형에 그쳤다.

이는 기업의 형사책임이 벌금으로만 규정된 양벌규정 한계 안에서 축소되거나 면탈됐음을 의미한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의 형사책임에 관한 입법은 양형으로 실현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법원에 달려 있다"며 "그러나 노동자 사망 사건을 살펴보면 2016년 이래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으나 피해가 크고 사망자 수가 많아도 기업은 금전적으로 합의만 하면 처벌을 면해왔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연대' 이상윤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비롯한 재난의 현장에서 기업을 고발하고 법률지원활동을 펴온 전문가들의 토론도 펼쳐졌다.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사무국장과 송영섭 변호사, 안현경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이번 토론에서 중재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기업처벌법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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