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다른 사람 면허증 사진 제시, 공문서 부정행사 아냐"

주영민 / 2019-12-26 09:29:02
"처벌받는 '제시' 대상은 면허증 자체…이미지 파일 해당 안해"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다른 사람의 면허증 사진을 자신의 것처럼 경찰관에게 제시한 행위가 공문서부정행사가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 서초동 대법원 [장한별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공문서부정행사,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5)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7년 4월 서울 양천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경찰로부터 면허증 제시를 요구받았다.

하지만 여러 번의 음주운전 전력으로 면허가 취소돼 당시 무면허 운전을 하고 있던 상태였던 A 씨는 몰래 찍어 둔 다른 사람의 면허증 사진을 제시했다.

또 A 씨는 경찰이 '주취 운전자 정황 진술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자 운전자 성명란에 다른 사람의 이름과 서명을 임의로 적었다.

검찰은 A 씨가 다른 사람의 면허증 사진을 제시하고 진술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공문서부정행사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2심 재판부는 A 씨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후 무면허운전을 한 죄에 대하여 재판을 받으면서 또다시 음주·무면허운전을 감행한 점, 적발되자 타인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시하면서 처벌을 피하려고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A 씨가 단속 경찰관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증명하기 위해 휴대폰에 저장해 둔 면허증 사진을 제시한 것은 공문서인 '면허증'을 이미지파일 형태로 제시해 행사한 것으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성립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반면, 대법원은 공문서부정행사 혐의에 대해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처벌하는 '제시'의 대상은 운전면허증 그 자체"라며 "이미지 파일 형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죄 행위가 성립하려면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돼 작성돼야 한다"며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해할 위험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그런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A 씨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정황진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사문서위조가 맞다고 판단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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