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이상 아파트 담보대출 금지' 위헌 시비 엇갈려

주영민 / 2019-12-19 09:00:22
"재산권침해 수준을 넘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재량권 행사로 인정 각하 가능성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세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꼬박 하루만에 위헌성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이 헌법소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과, 정부의 재량권에 해당돼 헌재가 기각할 것이란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  [정병혁 기자]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이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냈다.

정 변호사는 청구서에서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은 보장된다고 하고 있고 공공의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과 보상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은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위헌성에 대해 "헌법이 정한 법률유보원칙(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을 통해서만 국민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원칙)에 어긋나고, 이런 절차적 흠결 때문에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정 변호사의 이 같은 헌법소원 제기에 법조계에선 정부 정책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어 헌재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일단 이번 정책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며 "15억 초과 부동산 담보대출을 막는 것은 재산권침해 수준을 넘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정책이 법률에 근거한 것도 아니고 만약,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15억원 이상은 담보대출을 10원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법률에 근거해 담보 대출의 비율이 변경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대출 자체를 막아버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했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도 "투기를 막기 위해 15억원 이상 담보대출을 막아 버린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14억9999만원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그 이상은 안된다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그는 또 "비약해서 말하면 결국 이번 정책은 현금으로 15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만 투기를 할 수 있게 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물론,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이 세금 등을 감수하며 그런 일을 벌일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 역시 재산권에 침해를 받는 사례가 빈번할 것"이라고 했다.

안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위헌 판단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전 변호사는 "헌재가 해당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위헌 판단을 내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쩌면 다음 정권 이후가 될 정도로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뒤늦게 위헌 판단이 나왔다고 해서 예전에 대출해주지 못했던 것까지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잡음이 지속할 가능이 크다"고 했다.

조 변호사도 "서울 핵심지로 꼽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의 진입은 현금을 충분히 들고 있는 매수 대기자들만 가능하게 됐다"며 "그 외 사람들은 헌재 판단이 나온 뒤에야나 (담보대출을 받아) 가능할 테니 소위 현금 부자만 노난 상황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와 함께 현 정권이 추진한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헌재에서 해당 소송을 각하거나 정부의 재량권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법원은 정부정책의 재량권을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는 "보통 헌재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 법률적인 판단을 내릴 때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며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라는 정부 정책을 놓고 정부의 재량권 행사로 판단해 각하할 가능성도 분명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은 금융위, 금감원의 관리·감독의 영향을 받고 있고 이번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헌재가 정부의 재량권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도 "해당 정책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지에 대해서는 헌재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15억원 초과하는 아파트가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제재로 볼 수 있어 헌재가 헌법소원 자체를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잉금지 원칙에 해당할 지에 대해서도 이 같은 부분을 적용한다면 다른 판단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며 "정부 정책의 의도가 부동산 안정에 있기 때문에 헌재로서는 재량권을 넘섰다고 해석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영민

주영민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