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급해서 기소했다더니…뒤늦게 추가 기소한 검찰

주영민 / 2019-12-18 09:43:58
검찰, 정경심 교수 1개 혐의에 추가 기소 '자충수'
'무리한 기소' 자인한 셈…법원 공소 기각 가능성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이 무산되자 검찰이 해당 혐의에 대해 추가기소를 결정했다.

1개 혐의에 대한 다른 2개 공소사실을 두고 각각 재판이 진행,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 검찰-정경심 [UPI뉴스 자료사진]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전날(17일) 최성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6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직후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 측에서는 조 전 장관에 인사청문회를 무산하려는 검찰의 정치적인 기소라며 반발한 바 있다.

검찰이 1개 혐의에 대한 다른 2개의 공소사실을 두고 각각 재판을 진행하는 선택을 한 배경에는 법원의 공소장 변경 불허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동일성 인정이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범과 범행일시, 장소, 방법, 행사 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재차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다고 해도 재판부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기존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 취소하고 다시 기소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기소에 급급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재판에 넘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에 추가 기소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검찰이 정 교수를 처음 기소할 당시 무리한 기소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들었다는 점이다.

당시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앞의 범죄를 보고도 지나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뒤늦게 같은 혐의에 대해 추가로 기소한 부분이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다면 당시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서둘러 정 교수를 기소했다는 부분과 정면으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기소하는 오류를 범할 일은 낮기에 결국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첫 기소가 무리수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

검찰은 기존 공소를 유지하고 상급심에서 공소장 변경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이 첫 기소에 대해 공소기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말 그대로 검찰이 자충수(自充手)에 빠진 것이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한 개 혐의에 두 가지 공소사실을 적시해 재판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긴 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검찰은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무리하게 기소한 거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정 교수를 기소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며 "지금 기소해도 공소시효에 무리가 없다면 당시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고 정 교수를 기소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아니겠냐"고 했다.

한편 검찰은 공소장에 '학교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적은 것을 '컴퓨터를 통해 파일을 붙여 위조한 것'으로 바꿨다.

날짜도 변경됐다. 9월 기소 당시 검찰은 표창장 위조 시점을 2012년 9월 7일로 적었지만, 추가 공소장에는 2013년 6월로 변경했다.

범행 장소도 동양대학교에서 정 교수 주거지로, 공범도 '불상자'에서 딸 조모(28) 씨로 각각 바꿨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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