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깐 동서양 문화 고속도로에 수많은 샛길 생길 것"

손지혜 / 2019-12-16 11:34:57
방탄소년단 주제 심포지엄 열려
"팬덤은 숭배자 아닌 주체적 소비자"
"소셜미디어는 팬덤 확산의 지렛대"
"BTS는 케이컬처 국제확산에 기여"
홍석경 서울대 교수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한국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신드롬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세미나다. 국내외 유명 학자들은 방탄소년단과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에 대해 장장 7시간을 토론했다.

▲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세미나에 참여한 발표자들. [손지혜 기자]

BTS의 인기 요인은?

'메시지, 팬덤, 디지털 미디어'는 BTS 신드롬을 띄우는 세 가지 발돋움 판으로 꼽힌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진달용 교수는 BTS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폭발적인 팬덤을 만들었다고 풀이했다. 최근 BTS의 글로벌 팬 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진 교수는 "많은 팬들이 '자신을 사랑하라'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메시지를 통해 진정성 있는 위안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형태의 팬덤도 방탄소년단 신드롬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중국 시추안대 정아름 교수는 "자기 아이돌의 곡들이 차트 상위를 유지하도록 쉬지 않고 숨스밍(숨쉬듯 스트리밍)을 하며 좋은 댓글 달기, 악플 감시, 검색어 재정비 등의 팬덤 노동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면서 "1세대 팬들이 자기 스타를 숭배하듯 받들기만 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케이팝 팬들은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며 능동적인 역할을 찾아낸다. 아이돌을 보호하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 주권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팬덤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홍콩 침례대 박사과정에 있는 루 티엔 씨는 '방탄 투어'로 불리는 방탄소년단 팬들의 관광 문화에 대해 짚었다. 그는 팬들의 관광이 과거 역사유적지를 찾는 일반 관광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방탄 투어, 이른바 '덕지순례'는 방탄소년단의 뮤비 속 장소(서울대의 폐쇄된 수영장 등), 멤버의 고향 찾아가기, 공식 굿즈판매장, 방탄 관련 전시회 등을 찾아가는 흐름으로 형성된다는 것.

캐나다 토론토대 미셸 조 교수는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친밀감'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미디어라는 것은 예능 리얼리티, TV에 나오는 것을 말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몰입적이다"라면서 인스타 라이브와 V앱 등을 통해 팬과 아티스트가 애착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리액션 비디오를 보며 좋아하는 반응을 보고 아미는 좋아하고 멤버가 복스럽게 먹는 먹방을 보며 좋아하는 등의 '운동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을 이에 대한 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미국 텍사스 A&M 국제대학 김주옥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를 방탄소년단 현상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일으킨 변화로 우리는 새로운 패턴의 문화 교류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것이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뒷받침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방탄소년단 현상의 글로벌 확산은 소셜미디어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홍석경 서울대 교수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손지혜 기자]


방탄과 케이팝에 대한 전망


"고속도로를 닦아 놓았으니 그 뒤에 크고 작은 그룹들이 따라갈 거고, 길도 커질 것이며 샛길도 날 거다" 한류연구학자이자 세계 최초로 BTS 관련 연구를 시작한 홍석경 서울대 교수는 방탄신드롬과 케이팝의 전망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또 방탄소년단이 동서양을 잇는 고속도로에 BTS라는 이름을 넘어선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다음은 세미나를 총괄한 홍석경 서울대 교수와의 일문일답

ㅡ왜 방탄을 연구하기 시작했나?
"본래 나는 드라마 중심의 한류를 연구해왔다.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시대에 대중문화가 어떻게 생산, 소통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2013년 디지털 컬처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고, 당시 BTS의 팬덤이 갑자기 커졌다. '윙즈'를 통해 글로벌 팬덤의 감수성이 확 올라가면서 내가 케이팝 연구를 하면 이 케이스를 통해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미 깔아놓은 연구 주제들이나 문제들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케이팝의 스탠스가 BTS여서다."

ㅡ방탄은 어떻게 케이팝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나?
"아티스트십의 중요성. 그동안 아이돌은 회사가 역할을 만들어주면 그 선을 넘지 못했다. 회사에서 정해주는 컨셉트을 수행해야 했지만 방탄은 그렇지 않았다. 몇몇 아이돌 그룹들이 나왔을 때 세계관 등을 시도했었다. 이런 것은 일종의 실험(tentative)인데 제작자들이 만들어내서 다소 인위적·의도적이었다. 그러나 방탄은 그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한다. 이 세대와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말이다. 회사에서도 자율성을 주고 직접 작곡할 수 있게 했다. SNS의 이용에 있어서도 그렇다. 방탄이 SNS를 단지 '잘해서' 성공했다고 하는데 SNS는 전 세계의 서양 아티스트들도 한다. 그 수준의 SNS 이용이 아니라 팬들하고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SNS 이용법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것들이 트랜스 미디어(미디어 간의 융합) 텍스트로서 방탄의 팬층을 두껍게 만들었다. 아울러 일본이나 중국보다는 한국의 음악이 글로벌 입맛에 부합한다. 한국의 대중음악이라는 것은 미국의 대중음악과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BTS의 음악을 가사 빼고 들어보면 미국의 팝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또 일본은 국내시장이 너무 커서 굳이 아티스트들이 밖으로 안 나가도 잘 먹고 살 수 있다. 1억2000만~3000만이 들으니까. 그 시장하고 비교했을 때 우리는 달랑 5000만이니까 한국의 시장은 수출형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ㅡ앞으로 케이팝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일단 발전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한국의 미디어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확대'를 발전이라고 칭한다. 당장 돈이 어떻게 떨어지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겨울연가' 같은 드라마 하나가 대박 나서 한국 드라마가 한류를 이끈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방식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가 사양길에 들어섰냐 하면 아니기 때문이다. 발전이라는 것은 '장기적 흐름 안에서 영향력의 주고받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BTS로 인해서 훨씬 다양한 장르의 것들이 만들어지고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형식의 발전을 할 것이고 케이팝 또한 그럴 것이다. BTS로 인해 길 위에 동서양 간의 문화적 고속도로가 놓였다. 그 길 위에 케이팝뿐만 아니라 케이 컬처(케이 푸드, 패션, 뷰티, 투어)가 활발하고 매력적이게 이동할 것이라 전망한다."

ㅡBTS에 대한 전망을 한다면?
"한류의 지평을 넓혀가고 끌고 가고 하는 게 지금의 BTS다. 하지만 BTS는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변할 것이다. 피지컬의 한계가 반드시 있어서다. 군대 문제도 남아있다. 일곱 멤버 중에 RM이나 슈가 등은 프로듀서가 될 거다. 한국에서 프로듀싱을 하는 것을 넘어 미국과 일본에서도 프로듀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을 넘어서 성공적인 여러 영향력을 BTS라는 이름을 넘어서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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