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예멘 후티 본진 폭격…중동에 드리운 확전 그림자

유충현 기자 / 2024-01-12 21:14:03
바이든 "세계 무역로 위협한 데 대한 대응"…추가 공습 가능성도 시사
친이란 진영 "명백한 예멘 주권침해" 반발…선명해진 '친미-반미' 전선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 시간)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위협해 온 친(親) 이란 무장단체 '후티'의 근거지에 폭격을 가했다. 후티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지난해 10월 홍해에서 상선에 대한 공격을 벌여온 데 대한 보복 조치다.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이 서방 국가와 주변국까지도 개입하는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영국 공군의 전투기가 11일(현지시간) 지중해 키프로스 영국 공군 기지에서 예멘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조 바이든 폭격 직후 성명을 내고 "후티 반군이 세계 무역로를 위협한 데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근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티 반군이) 민간인 선원을 위험에 빠뜨리고 항행의 자유를 위협했다"고 비판했으며, "후티 목표물에 대한 공습 이후 추가 조치 지시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해 추가 공급 가능성도 열어 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공격을 계속했다"며 이번 공격의 명분을 강조하며 "우리는 미국과 함께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공격에) 비례하는 조치를 절제된 방식으로 취했다"고 설명했다.

 

미 공군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에는 전투기와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가 사용됐다.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 등 여러 서방 국가가 작전을 지원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 장악 16곳의 60개 목표물이 100개 이상을 정밀 유도 무기로 공격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공습에 대해 "후티의 무인기와 탄도·순항미사일, 해안 레이더와 공중 감시 능력과 관련된 장소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폭격 이후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나누어진 친미·반미 진영 간 전선이 더욱 선명하게 그어졌다. 국제전 확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친미 진영에 속하는 한국과 미국, 영국,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10개국 정부는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이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고유 권리인 개별 및 집단 자위권에 따라 수행됐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친이란 진영'은 일제히 이번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아침 미국과 영국이 예멘 여러 도시에서 저지른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리고 국제법과 규정,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 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이날 미국과 영국의 공습을 규탄하면서 "이번 미국의 공격은 가자지구에서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적이 저지른 학살과 비극에서 미국이 '완전한 파트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미국과 영국은 이번 공격이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으며, 후티 반군 대변인도 SNS 글을 통해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들에 계속 공격을 가하겠다며 보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지난해 11월 예멘 사나에서 사우디 연합군을 지원하는 미국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해 성조기를 불 태우고 있다. [AP/뉴시스]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핵심 국제 무역로인 홍해에서 도발을 이어왔다. 지난 11일 새벽에는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금까지 총 29척의 상선이 이들의 공격을 받았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홍해는 인도양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잇는 길목에 있어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한다. 이 지역의 긴장 상황은 국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후티 반군의 잇따른 공격에 글로벌 석유·해운 기업들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자사 선박의 항로를 수정하고 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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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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