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거래소에 전관 대거 포진…"국회 출신 잔뜩 있다"
국회에 제출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가운데 '유통 주체'인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규율체계가 느슨하게 설계될 수 있었던 것은 업계의 '로비 파워'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처럼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국회·정부 출신 인력을 대거 영입해 법안 제·개정을 돕거나 업계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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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관련 토론회·세미나 현황. [국회 홈페이지 게시자료 분석] |
KPI뉴스가 15일 국회 세미나 개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2대 국회가 개원한 2024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19개월간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관련 토론회·세미나는 총 50건에 달한다. 월평균 2.6건꼴이다. 이런 행사는 특히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 이후 빈도가 급증했다. 8월에만 6건, 9월에는 5건이 열렸다.
업계 주도로 만들어진다. 국회의원과 함께 DAXA(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등 단체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출자금이나 후원으로 운영되는 유관 단체들이다.
한 정무위 소속 보좌진은 "업계나 협회가 토론회를 열자고 하면 의원실에서는 장소만 빌려주면 되고, 내용은 그쪽에서 알아서 준비한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로비는 아니지만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 프레임을 공론화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보다 직접적인 방식은 전관 영입이다. 국회·정부 출신 인사들을 대관 담당으로 대거 채용해 입법 과정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전관 대관 담당자들은 기존에 보유한 인맥을 바탕으로 정책 관련 동향을 파악한 뒤, 필요시 회사에 불리한 법안을 막거나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담당자들과 소통하는 업무를 맡는다.
실제 5대 거래소에는 국회·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관 담당자로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곳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윤희숙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를 대관 담당으로 영입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두나무는 또 금융감독원 핀테크현장자문단 간부를 투자자보호센터장으로 앉히는 등 정관계 인사들을 다수 영입했다.
다른 가상자산거래소들도 마찬가지다. 코인원은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관과 금융위 사무관을 영입했고, 코빗은 윤관석·윤재옥 의원실 보좌관을 연이어 채용했다. 빗썸 역시 전경련 출신 임원과 금융위 5급 사무관을 대관 담당으로 뽑아 화제가 됐다. 정무위원회 소속 보좌진은 "구체적인 실명이나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비교적 직급이 낮은 실무자까지 포함할 경우 이른바 5대 거래소에는 국회 출신들이 잔뜩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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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자산거래소에 포진한 국회·정부 출신 전관들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
가상자산거래소들이 가진 '로비 파워'가 이번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서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회에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8건을 분석해보면 모든 법안이 유통 주체인 거래소에 최소한의 의무만 부과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발행주체에 엄격한 규제를 공통적으로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 들어 정부가 뒤늦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꺼냈지만, 이마저도 제도화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분을 제한하는 것보다 행위 규제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14일 정책간담회에서 "민간 성과를 훼손하는 규제"라며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금융당국 출신 인사는 "가상자산거래소 대관 조직 규모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규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며 "이들이 '정보 제공'이나 '의견 개진' 형태로 입법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의에서 유통주체 규제가 느슨한 것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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