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알지만'…가족요금제 두고 토종 음악플랫폼 '속앓이'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4-03-14 18:15:50
최대 6명이 1개 계정 공유하는 가족요금제
기형적 음악저작권료 규정이 한국 도입 막아
토종·해외 플랫폼 차별하는 법 적용이 더 문제
정부 대책 기다리는 동안 토종기업 고사 위기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 기습 인상으로 '가족요금제' 도입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음악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족요금제 도입은 찬성하지만 해외 플랫폼과 역차별이 해소되지 않으면 후유증과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뮤직 끼워팔기'와 '음악 저작권료 정산 규정'이 대표적 문제로 지적된다.
 

▲ 구글의 유튜브 뮤직 초기 화면 [유튜브 캡처]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다. 갑자기 늘어난 요금 부담에 소비자들은 가족요금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세계 42개국에서 운영 중인 프리미엄 가족요금제는 요금 부담을 줄일 우회적 해법으로 지목되지만 한국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1개의 계정을 사실상 6명의 가족이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구글이 '음악 저작권료 부담'을 문제삼으며 한국을 운영국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음악 저작권료는 멜론이나 지니, 플로 등 국내 음악 사업자들이 가족요금제를 도입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사업자가 1개 계정 요금을 받아도 저작권료는 이용하는 사람 수에 비례해 증가하기에 가족요금제를 팔면 팔수록 손해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 유튜브 프리미엄 가족 요금제 안내 페이지 [구글 홈페이지 캡처]

 

원인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운영 중인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이 사용료를 가입자수로 산정하는데 있다.

규정 제23조는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정액 상품을 판매할 경우 가입자당 1144.5원의 단가를 가입자수와 음악저작물관리비율로 곱하도록 하고 있다. 매출액의 10.5%를 저작물관리비율로 곱해 저작권료를 산출할 수도 있지만 최종 적용은 둘 중 많은 금액을 택하도록 돼 있어 가입자 수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

 

기형적 저작권료 + 토종·해외 플랫폼 차별이 문제

 

음악 사업자들은 저작권 징수 규정에 더해 한국 사업자와 구글이 다른 법 적용을 받는 역차별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내 토종 사업자들은 어떻게 노력해도 해외 사업자와 공정한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국내 음원 스티리밍 플랫폼들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유튜브 뮤직이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동영상 플랫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토종업체들은 저작권료 부담이 늘어도 유튜브 뮤직은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 저작권료도 국내 사업자는 월정 700원의 단가에 가입자수를 곱하도록 강제한다. 이와 달리 유튜브에는 '결합서비스' 사용 규정을 적용, 협회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매출액 기준 역시 토종 사업자에게는 '총매출액', 해외 사업자들에게는 '실제가격'을 차등 적용한다. 국내사업자는 프로모션을 해도 저작권료는 무조건 다 내야 하나 해외 사업자들은 프로모션을 뺀 비용에서 수수료를 정산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유튜브 뮤직을 공짜로 제공하는 '끼워팔기'는 국내 사업자들이 일찍부터 불공정 문제를 지적했던 사안. 아직까지 정부 해법은 묘연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2월 구글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벌였음에도 아직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전면 재검토 조치도 진전 기미가 없다.

 

유튜브에 가족요금제가 도입돼도 토종 사업자들은 음악 끼워팔기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민만 커진다. 사실상 공짜인 유튜브 뮤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상황이 예고돼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조사에 통상 4, 5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안타깝게도 사업자들에겐 그 시간을 기다릴 체력이 부족하다. 정부가 멈칫거리는 사이 유튜브는 국내 1위 음원앱으로 세력을 키웠다.
 

정부 해법 기다리다 시장 주도권 해외 사업자로

 

문제가 커지자 정부도 구글과 협의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저렴한 해외 공유계정 이용권을 구매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소비자 피해까지 속출,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대통령실까지 상황 파악에 나서며 문제 해결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플랫폼법이 개정되고 음악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손보지 않는 한 정부로서도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해외 사업자를 강제할 묘안을 찾기 어려워서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비공개로 대책 회의까지 했으나 열띤 논의에도 실질적 해법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

음악 서비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해법과 대책마련을 기다리는 동안 국내 음악 시장은 이미 유튜브에게 넘어갔다"며 "이러다가 다 죽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 기업 없이 해외 사업자가 독점 형태로 시장을 지배하면 이용 요금은 더 올라갈 것이고 궁극에는 저작권료조차 제대로 못 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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