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빗썸 등 거래소 과도한 시장지배력 우려"
"지분 1%에 1200억에서 1700억까지 부르는 상황"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 추진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발행만 규제할 뿐 유통에 대한 논의는 아예 없다보니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업비트,빗썸 등 기존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과실을 독점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의 반영이다.
정부와 국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컨소시엄으로 제한하고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유통을 담당할 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공백이다. 제도화 논의에 기존 거래소측 입장이 여러 경로의 로비를 통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관련업계에 돌고 있다.
이에 따라 책임은 공공이 지고 과실은 민간 거래소가 챙기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스테이블코인의 공공성에 걸맞은 유통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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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시대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정책세미나'.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14일 장외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비상장'에 따르면 두나무 주가는 1주당 33만6000원으로, 52주 최저가(10만5000원)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빗썸 주가는 같은 기간 30만4000원으로 8배 이상 뛰었다. 두나무의 추정 시가총액은 12조 원을 넘어섰다.
업계 한 큰손 투자자는 "두나무(업비트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1% 지분에 1200억~1700억 원의 가격을 부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들이 고액자산가, 금융사, 대기업들을 접촉하며 이 정도 가격으로 지분 매각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이 없는 디지털 자산이다. 사실상 '디지털 통화'에 가깝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법제화 논의가 한창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기존 시중은행 컨소시엄으로 제한하고, 준비자산 100%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발행주체를 촘촘히 통제하려는 것은 통화 정책의 연장선에서 공공성을 띠고 있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통 단계는 규제가 느슨하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 8건에 유통주체에 대한 규율은 없다. 발행은 공공으로 묶고, 유통은 민간에 풀어주는 구조다.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여야와 업계가 일제히 반발하면서 사실상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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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표이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 위치한 DAXA(디지털자산거래소 정책협의체) 컨퍼런스룸에서 정책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거래소에 돌아갈 이익이 크다고 전망한다. 우선 '온·오프램프(on-off ramp)' 수수료가 있다. 이용자가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거나, 스테이블코인을 다시 원화로 바꿀 때 거래소가 받는 수수료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하려면 환전 수수료를 내야 하고, 이걸로 다른 코인을 사고팔 때마다 또 수수료가 붙는다"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부차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변동성 큰 코인을 거래할 때, 투자자들은 원화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중간 매개'로 쓴다. 비트코인을 팔고 나서 원화로 출금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유하다가, 다른 코인을 살 때 다시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식이다. 아울러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무역 대금 정산, 해외 송금, 급여 지급 등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판을 키우기 용이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간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발행주체만 규제하고, 유통은 민간에 풀어주면서 규제하지 않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통 단계에 대한 제도적 규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효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발행 중심으로 설계되면, 유통 권한을 가진 거래소가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위험이 있다"며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를 통해 고민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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