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심각한데 집값·환율은 'UP'…고민 깊어지는 한은

안재성 기자 / 2025-09-30 17:05:18
소비쿠폰도 '반짝 효과'…자영업자들 '신음'
집값·환율 탓에 10월 금통위 동결說 나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한 달가량 남은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경기침체가 심각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금리를 내린 걸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타이밍이다. 그러나 집값과 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하면서 10월 금통위는 일단 쉬어갈 거란 전망도 나온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4% 줄었다. 지난 4월(-1.0%) 이후 4개월 만의 감소세이자 작년 2월(-3.5%)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영향으로 7월 소매판매가 2.7% 늘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고꾸라졌다"며 "결국 '반짝 효과'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소비쿠폰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올해 경기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 더 괴롭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침체의 그림자는 연체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2%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소법인대출 연체율은 0.90%,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2%였다. 대기업대출(0.14%)이나 가계대출(0.4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작년에 비해 연체율이 꽤 높아졌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동월 대비 0.15%포인트 올랐다. 중소법인대출 연체율은 0.19%포인트,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11%포인트씩 상승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도 우울하다. 한미 관세협상은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아직 전체 수출은 괜찮은 편이나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수출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세협상 불확실성이 크니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내수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설경기도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경기만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를 낮출 때다. 마침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해 부담도 덜었다.

 

그러나 집값과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선뜻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9% 올랐다. 34주 연속 상승세다. 3주 연속 오름폭도 확대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2원 오른 1402.9원을 기록했다. 26일 1410원을 넘겼던 환율은 전날 1390원대로 내려갔으나 이날 다시 1400원 선을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과 한미 관세협상 불확실성이 겹쳐 전문가들은 환율이 한동안 고공비행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집값·환율 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예상도 엇갈리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연준의 9월 금리인하를 강조하면서 "한은도 10월에 따라 내릴 것"이라고 점쳤다.

 

반면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 금리인하 시점이 11월로 밀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집값과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 위험에 더 주목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은 금융안정에 더 초점을 둘 시기"라면서 10월엔 한은이 동결을 택할 것으로 짚었다. 그는 "내년에도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한은 기준금리가 다음해 내내 2.25%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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