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모델도 경고한 5%…서울 아파트·신흥국 증시까지 '나비효과'
"실적이 금리 이긴다"…빅테크 견고한 이익 기반 AI 장기 투자 유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5% 돌파", "미국 국채 금리, 19년 만에 최고치 기록"….
요새 자주 보이는 뉴스 제목이다. 미국 국채가 뭐길래 이렇게 조명을 받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흔드는 것일까.
28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241%로 장을 마감했다. 2007년 6월 12일 이후 19년여 만의 최고치다. 지난 14일 약 3년 만에 장중 5% 선을 넘긴 뒤 계속 고공비행 중이다.
![]() |
| ▲ 자료=미국 재무부 [제미나이 생성] |
미국 국채는 흔히 '무위험자산'으로 불린다.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최고로 안전하다는 뜻이다.
회사채나 다른 나라 국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에 위험 프리미엄 등이 얹어져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즉,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세계적으로 '돈의 가격'(조달 비용)이 오르며 글로벌 자금 시장의 숨통을 조인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단기 통화정책에 민감하고 30년물은 장기 연금과 연방정부 부채 등 특정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10년물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재정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신뢰도가 높기에 글로벌 채권시장 벤치마크로 꼽힌다.
위험자산 선호 약화…"경제 위기까지는 안 갈 듯"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는 우선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다"고 진단했다. 금리가 높을수록 안전자산 선호도가 올라가고 위험자산 선호도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돈이 채권,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역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다.
증권시장에는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 증시가 더 큰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경제엔 시차를 두고 차례로 충격이 온다"며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서 5% 수익률을 요구한다는 건 다른 주체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할 거란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계가 과거 낮은 금리로 빌린 돈의 만기가 돌아와 높은 금리로 갈아타기 시작할 때 투자·소비 축소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시장에도 하락 영향을 준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미 국채 금리 상승이 서울 아파트값을 누르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소비 축소로 실물경제가 부진하면 기업 실적이 감소한다. 이는 증시에 더 큰 하락 압력을 야기할 수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5% 돌파'에 주목한다. 영화 '빅쇼트'로 유명해진 투자자 스티브 아이즈먼은 최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5%가 시장의 루비콘강인 듯하다"며 "증시가 대폭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르진 아잠 미즈호증권 매니징 디렉터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채권 등 안전자산이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립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과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한 뒤 1년 내로 경제 위기가 닥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그 때문에 위기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금리를 감당 못한 기업·가계가 쓰러지면서 금융기관까지 흔들리는, 시스템적 리스크로 전이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강 대표는 "이번엔 경제 위기로 심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채 금리 상승 배경으로 연방정부 재정적자 확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거론되나 강 대표는 그보다 경제가 좋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2.2%로 0.2%포인트 상향조정했다.
강 대표는 "요새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에 필요한 반도체와 장비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빅테크들도 돈을 잘 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적이 좋으니 기업들이 고금리를 버텨낼 것"이라며 "경제가 좋을 때 금리가 높은 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도 "5%가 넘는다고 즉시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업 매출 증대로 이자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 "빅테크, 내년 AI 투자 50% 확대"
빅테크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AI 투자 규모는 막대하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비용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AI 투자가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신 교수는 "고금리가 오래가면 AI 투자가 축소 압력을 받게 된다"며 "데이터센터 등 관련 투자가 원래 계획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강 대표는 빅테크들이 이미 AI 관련 사업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AI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익이 채권 이자보다 크면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특히 AI는 경쟁이 치열해 투자를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메타 등 미국 5대 빅테크의 내년 AI 설비투자 규모를 약 1조20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올해(약 8000억 달러)보다 50% 확대될 거란 예측이다.
KPI뉴스 / 안재성·이수민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