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조선업, 왜 주가만 쉬나…"피크아웃은 아니다"

이수민 기자 / 2026-09-23 11:00:39
[추석특집②] KPI뉴스 '뉴스는 돈이다' K-조선 집중분석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위원 출연, 조선 빅3 분석·전망
"2028~2029년까지 실적 개선 여지…발주 중단 주시"

 

 

K-조선은 지금 호황이다. 슈퍼사이클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주가를 보면 실감하기 어렵다.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가 회복 중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다. 업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주가는 한참 뒤에서 느릿느릿 걷는 모양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연구위원)는 "업황을 선반영하면서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 사이클이 꺾인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엄 위원은 22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 3자 콜라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선업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평균으로의 회귀일 뿐, 피크아웃 아니다"


엄 위원은 "올해 업황은 굉장히 좋은 편이고, 수주·마진·실적 모두 잘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도 주가가 이를 역으로 반영하다 보니 평균으로 회귀하는 국면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 역시 반도체처럼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급격한 가격 변동 지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엄 위원은 마진 정점에 대한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수주 시점을 되돌려보면 2023년부터 2024년 9월 말까지 상승한 수주 물량이 내년 건조 물량으로 이어진다"며 "비용 지표에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마진 개선은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24년 9월 말부터 26년 1분기까지 빠졌던 선가가 최근 하락을 멈추고 재차 상승 중"이라며 "이런 흐름을 반영하면 28년은 물론 29년까지 개선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기 수주 산업인 조선은 반도체보다 가시성이 길다"며 "26년 하반기 기점으로 매크로 지표(금리·환율·유가·경기 등 거시경제 지표)에 변화가 있더라도, 27년 숫자가 가장 안 바뀔 섹터를 꼽으라면 자신 있게 조선을 얘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확보해놓은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안감이 낮고, 투자 계획이 바뀔 위험성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HD현중·HD한국조선해양 "탑다운 베스트 컨디션"


엄 위원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조선업황이 최고의 컨디션일 때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라며 목표주가 100만 원을 유지했다. 그는 "원래도 조선을 잘했고 해양 사업도 하고 있으며, 엔진을 자체 내재화하고 방산까지 진행하는 등 사이즈를 크게 가져가면서 각 영역에서 완결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대비 20~30% 높은 목표주가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전력 부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선박 시장 안에서도 엔진 증설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성장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블 카운팅 논란에 대해서는 "조선업체 지분가치가 이미 상장된 케이스로, 실제로는 카운팅되는 법인이 제한적"이라며 "엔진 캐파 확대분은 오히려 시장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HD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사업회사의 업황 턴어라운드 대비 지주사가 과도하게 할인받고 있다"며 "멀티플이 피크아웃했다고 보지 않는 이상 지금 할인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조선업 성장세가 꺾였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현 주가는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말이다. 

 

그는 특히 배당 확대 가능성에 주목했다. "주당 배당금이 2024년 5100원에서 2025년 총 1만2300원으로 크게 늘었고, 28년까지 조선사업회사들의 배당 여력도 이어질 것"이라며 "자회사 지분을 축소해 현금을 끌어올 가능성도 있어, 받을 수 있는 배당의 눈높이를 2년 정도 더 늘려봐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조선업황 자체가 꺾이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라며 유일한 리스크로 업황 반전을 꼽았다.


"한화오션 방산 가치, 아직 다 반영 안 됐다"


한화오션(목표주가 17만 원)에 대해서는 상선뿐 아니라 방산 가치에 무게를 실었다. 엄 위원은 "서구 방산 밸류체인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며 "지금 밸류에이션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사업 관련 우려에 대해서도 "실패로 볼 근거가 아니다"라며, 독일의 잠수함 관련 프로젝트 수주 등을 예로 들어 서구 방산업체들의 경쟁력 한계가 오히려 한국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함정 시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스스로 만든 규제로 시장을 묶어두면서 비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결국은 개방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주체가 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일반 조선 시장보다 훨씬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신규 구축함 시리즈 하나가 설계부터 입찰, 본설계까지 가는 데만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다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시나리오가 된다면 목표주가 17만 원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가치, 아직 목표가에 반영 안 해"


삼성중공업(목표주가 4만4000원)에 대해서는 상선 가치에 더해 해양플랜트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2024년까지 유럽 EPC 업체들이 기존 프로젝트에서 손실·손상을 반영하며 사업을 접거나 합병한 사례가 많다"며 "해양플랜트 발주가 새로 나와도 받을 수 있는 곳이 이제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행정 절차 지연이 해양 발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면서 대안으로 해양 설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상황"이라며 "도크에서 일반 선박 하나를 찍어내는 것보다 매출이 높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양플랜트 가치는 목표주가 산정에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며 "첫 수주가 나온 이후에 가치를 추가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주들의 발주 중단이 가장 큰 경계 신호"


엄 위원은 조선업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신호로 '발주 중단'을 꼽았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벌크선 운임 지수가 급락한 뒤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가 꺾이면서 발주가 급격히 끊긴 사례를 언급하며 "수주가 계속 나오는 한 사이클이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선주들이 발주를 멈추는 순간이 가장 우려해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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