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빗썸만의 책임일까

유충현 기자 / 2026-02-11 17:22:46
'탈중앙화'의 허상…중앙화된 거래소 서버서 숫자만 바꿔
1100만 투자자 시장에도 '가상자산은 금융 아니다' 방치
'금융기관처럼 사업하면서 금융규제 안 받는' 상태 초래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내부통제 부재와 시스템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벤트 쿠폰을 지급하는 일개 직원이 순식간에 62조 원 상당의 '유령 비트코인'을 만들어냈다. 이번엔 실수였다지만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일부러 할 수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토픽이 됐다. 한국의 망신, 국격의 추락이다.

 

빗썸 계좌에 찍히는 숫자가 '내부 장부'에 불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고다.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은 코인을 입출금할 때만 활용될 뿐, 실제 사고 팔 때는 자체 장부의 숫자만 바뀌는 방식이다. 회사가 제멋대로 쓰고 지울 수 있는 숫자다. 

 

이런 환경에서는 투명성, 조작 불가능성 등 블록체인의 장점이 작동하지 않는다. 탈중앙화 시스템이니 하는 것도 여기선 허구다. 혁신기술을, 후진적이고 허점투성이 방식으로 유통했다. 스트리밍 영화를 비디오 대여점 방식으로 파는 꼴이다. 

 

▲ 비트코인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이렇게 희한하고 위험천만한 사고가 빗썸만의 책임일까. 그간 가상자산을 규제 회색지대에 방치했던 정부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게 9년 전인 2017년이었다.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율하는 첫 법안이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정부의 반대로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이후 도입된 규제라고 해봐야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정도가 전부였다. 그나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해서 만든 것이다. 최소한의 투자자보호 장치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1단계 법안은 2024년에서야 만들어졌다. 내부통제 같은 핵심 규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상자산 투자인구가 1100만 명을 넘어서고 일 거래대금이 수 조원, 수십 조원을 기록해도 큰 변화가 없었다.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관리감독 책임도 흐릿해졌다. 이런 어정쩡한 통제가 거래소들에게는 '규제 없는 이권'을 부여했다.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막상 금융당국 전관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달려간 대목은 모순적이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서 빗썸으로 옮긴 직원만 7명이다. 같은 기간 금융감독원이 빗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는 수시점검 2회(한 번은 서면조사), 점검 1회가 전부다. 전관들은 빗썸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거래소 간 내부통제 시스템 차이를 묻는 질의에 "일단 전산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전까지는 점검 안 했다는 애기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이번 일을 보면서 현행 이용자보호가 매우 허술하게 돼 있다는 부분에 저 자신도 놀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황당한 사고가 터지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계속 몰랐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또 다른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는가. 그리고 금융사처럼 돈을 버는데 금융사처럼 규제하지 않아도 되는가. 뒤늦게 탄력이 붙은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에 답변이 담겨야 할 질문들이다.

 

▲ 유충현 경제부 기자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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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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