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능력 부족…경기 대응, 의지 부족
진단이 시작이다. 엉뚱하면 적절한 치료가 될 리 없다. 환자를 더 고통받게 할 뿐이다.
"몇달째 적자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내수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분노가 치민다. 이제 별로 기대도 없지만 적어도 현실 인식이라도 제대로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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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중 75%가 월 소득 100만 원 이하로 나타났다. 빈 점포가 있는 한 거리의 모습. [뉴시스] |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A씨의 하소연이다. "예전과 달리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려도 매출이 신통치 못하다"는 그에겐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응급실이 원활히 돌아가고 있다며, '뺑뺑이'는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진단과 맥이 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기획재정부가 지난 13일 '9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내놓은 진단이다. "8월 소매판매의 경우, 백화점·마트 등 카드 승인액 및 자동차 내수판매량 증가는 긍정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통계청은 매월 말이 돼서야 전월의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기재부는 이 시차 때문에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의 전망치를 경제동향에 반영해 발표한다. 8월에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0.4% 늘었고 백화점 카드 승인액은 15.4%, 대형마트 매출액은 4.7%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차이가 크다. 기재부 기준대로 전년 동월 대비로 소매판매액지수가 1.3% 낮아졌다. 전월에 비해서는 1.7% 높아지긴 했으나 7월 지수가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승용차·연료소매점은 전년 동월 대비 1.8% 낮아졌고 백화점과 슈퍼마켓·잡화점도 각각 2.1%, 2.8% 뒷걸음질쳤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지수가 각각 1.7%, 0.8%씩 소폭 높아졌을 뿐이다.
기재부가 근거로 삼는 자료들은 협회 회원사에 국한되는 등 전반적인 내수 경기를 진단하기에 한계가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원사는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5곳이어서 수입차 업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8월 자동차 산업동향 자료와 비교해 보더라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년 동월 대비 내수 판매량이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월 누적으로는 8.7%나 줄어들었다.
산업부가 내놓은 8월 백화점 매출 증가율도 4.4%로 기재부와 차이가 난다. 이조차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이른바 '백캉스'(백화점+바캉스) 수요가 늘고, 휴일 수가 하루 증가한 영향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었다.
경제는 심리이고 정부는 긍정적 메시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냉철한 현실 인식이 바탕이 돼야한다. 신뢰할만한 수치를 기반으로 가장 적확한 표현을 내놓아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대부분 기관이 내수 회복 지연을 얘기하는데, 정부만 '정신 승리'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신뢰만 더 갉아먹을 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 3주체 중 하나이면서도 능력과 의지 면에서 박약해보인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최근 내놓은 올해 예산 대비 세수 부족 규모는 3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50조원대에 이어 2년째 대규모 세수 펑크다. 윤석열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재정건전성은 휘청거리고 경기 대응은 언감생심이다. 야권의 지역화폐법은 이날 정부의 재의요구안 의결로 무력화될 상황에 처했다.
최근 알려진 통계로는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중 75%가 월 소득 100만 원 이하였다. 2022년 기준이니 그 이후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야말로 벼랑 끝이다. 조만간 정부는 또 하나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부디 이번에는 현실을 통렬히 인식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내용들로 채워주기를 바란다. 자영업자들도 응급 상황이다. 바라도 바라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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