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빗장 풀렸지만…고금리·규제에 감소세

안재성 기자 / 2026-01-14 17:22:36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1~13일 4738억↓…주담대가 감소 주도
고정형·변동형 금리 상한 6% 넘어…코픽스·금융채 금리 상승 여파
규제 강해 서울 아파트도 중·저가 위주 거래…"대출 늘기 어려운 환경"

새해 들어 여러 은행들이 지난해 말 가계대출 총량규제 때문에 중단했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판매를 재개했다. 그러나 빗장이 풀렸음에도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14일 KPI뉴스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자료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67조2043억 원을 기록했다. 전월 말(767조6781억 원) 대비 4738억 원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2월(-4563억 원)에 이어 새해 1월에도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를 주도했다. 13일 기준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0조9447억 원으로 전월 말(611조6081억 원)보다 6634억 원 줄었다.

 

새해에도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주된 이유로는 고금리가 꼽힌다. 이날 기준 5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4~6.24% 수준로 지난해 11월 말(연 3.78~6.08%) 대비 하단과 상단이 모두 0.16%포인트씩 올랐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63~5.73%에서 연 3.71~6.11%로 하단이 0.08%포인트, 상단은 0.38%포인트 상승했다.

 

준거금리가 뛴 영향이 컸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준거금리가 오를수록 은행 대출금리에도 상방 압력이 가해진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로 주로 쓰이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1월 코픽스는 2.81%로 전달(2.57%)보다 0.24%포인트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로 주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연 3.50%였다. 작년 11월 말(연 3.43%) 대비 0.57%포인트 뛰었다.

 

한 시중은행 채권 딜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가라앉았다"며 "이에 따라 채권 금리가 상승세"라고 진단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지난해 6~9월 한창 뜨겁던 시절에 비해 요새 대출 창구는 꽤 한산한 편"이라며 "금리가 너무 높다보니 차주들이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 구룡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엄격한 대출규제로 인해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 이뤄지는 점도 가계대출 수요를 줄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789건으로 이미 전월 수준(3335건)을 454건 초과했다. 아직 12월 매매 거래량이 모두 집계되기까지 20일 가량 남아 4000건을 넘어 5000건에 육박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절반 이상(50.9%)이 시가 9억 원 이하 거래다. 노원구(+81.3%), 구로구(+52.1%) 등 주로 강북권에서 거래가 급증한 반면 서초구(-60.3%)와 강남구(-50.8%)는 반토막났다. 이에 따라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금액은 4조1225억 원으로 아직 전월(4조3757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고가 주택은 대출 규제가 너무 강해 수요도 약하다"며 "아직 시가 15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 다수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위주로 매수 수요가 형성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인 '10·15 대책'에 의해 수도권에서 시가 25억 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2억 원으로 제한됐다.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는 4억 원, 15억 원 이하는 6억 원까지 가능하다.

 

김 소장은 "노도강이 강남권에 비해 덜 오른 점도 매수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라면서 "한동안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형 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고금리에 규제가 겹쳐 대출이 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1분기 중에는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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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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