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 CRC(칠서리사이클링센터)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일명 폐콤프레샤)가 마치 고철인 것처럼 불법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한 달 넘도록 행정당국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유착 의혹을 낳고 있다. (관련기사 2025년 9월 18일 '폐컴프레서 환경오염 실태' 등)
특히 국내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자회사 칠서RC(CRC)는 불법 유통을 확인하고도 위탁계약업체에 기름 범벅인 폐컴프레서를 계속 반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평소 자랑하던 'ESC(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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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산시 북정동 고철업체에 보관돼 있는 다량의 폐컴프레서. 우측 하단 빨간 네모 안 사진은 폐컴프레서를 분해하자 내부에 기름이 흥건히 남아 있는 모습 [독자 제공] |
10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CRC는 지난달 폐컴프레서 폐기물처리 위탁계약업체의 불법 재위탁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관할 기초단체 함안군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량을 종전 그대로 반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수탁업체의 불법 유통에 대한 자체 조사는커녕 언론 제보자 색출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CRC는 올해 6월 부산경제자유구역청 관할지역 A 업체와 폐기물처리 위탁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2001년 CRC 설립 초기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폐컴프레서를 수탁 처리했다가 올해 6월 다시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처리량이 4000~5000톤으로, 매입비가 5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우선 CRC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가 A 업체를 거쳐 마구 다른 업체로 떠넘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체가 원형 그대로 다른 업체에 반출하면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위·수탁계약 업체는 공동 책임이다.
더욱이 기름 범벅 상태의 폐컴프레서 수천톤이 폐기물처리 권한마저 없는 일반 고철업체까지 넘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A 업체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는 취재진에 확인된 곳만 3곳(녹산공단 B, 김해시 C, 양산시 D)으로 수천톤씩 흩어졌다. 문제의 폐컴프레서를 보관하다 적발된 김해와 양산시에 있는 업체 2곳은 폐기물처리 허가마저 받지 않은 일반 고철상이다.
특히 의아한 점은 폐기물처리 위탁계약을 맺고 연간 5000톤가량 폐컴프레서를 매각해 온 CRC가 정작 공동취재에 나선 언론사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폐기물 아닌 재활용 위탁계약서를 작성했다" "폐컴프레서는 '자원순환지정제품'이라는 것을 환경부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등으로 사실 호도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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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C 측이 폐컴프레서 불법 반출 문제에 대한 서면질의에 대해 응답한 답변 내용. '자원순환지정제품'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환경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
CRC의 이 같은 답변에 대해 낙동강환경유역청이나 환경부 어디에서도 '자원순환지정제품'은 물론 '자원순환인증제품'으로 확인해 준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자원순환지정제품'은 고철이나 폐지·폐유리병류 엄격히 제한되는데, 고철의 경우 이물질이 전체 무게 기준 2%이하여야 한다. (순환자원 지정 고시 제2조제1항)
하지만 폐컴프레서는 기름이 범벅인데다가 알루미늄·폐자석·아연·타르 등 13개 종류의 혼합폐기물이다. 이뿐만 아니라 CRC는 폐컴프레서를 '자원순환인증제품'으로 인가받은 사실도 없는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환경부나 지자체는 서로 책임 소재를 떠넘기며 뒷짐을 지고 있다. 관할 지자체가 폐기물처리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단속을 머뭇거리는 가운데 경남도 환경정책과는 지난달 10일께 환경부에 폐컴프레서 폐기물 분류법에 대한 공식 질의를 했으나, 한 달이나 지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라 공식 답변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민원처리와 달리 (공공기관 회신) 기한 규정은 없다. 해당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인데…"라며 말을 흐렸다.
이와 관련, 부산지역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폐컴프레서의 불법 유통문제는 예전부터 재활용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져 왔다"며 "이번 사안은 대기업이 연관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뒷배가 작용하고 있다는 심증을 떨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CRC의 '폐컴프레서' 불법 반출 논란은 지난달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위치한 두 곳의 고철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고철 야적장에서 기름 유출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재활용업계 전문가에게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8월께 현장을 확인한 재활용업계 관계자와 함께 취재진이 출처를 추적한 결과 배출지는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리사이클링센터(ESRC)로 파악됐다. 이곳 삼랑진 리사이클링센터 운영자는 함안 CRC 출신으로, 역추적 과정에서 함안 CRC의 불법 배출 의혹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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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경제자유구역청 관내에 위치한 CRC 위탁 폐컴프레서 처리업체. 이 업체는 공장 안에 다른 업체를 입주시켜 놓고 위탁받은 폐컴프레서를 원형 그대로 떠넘기고 있었다. [박동욱 기자] |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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