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기물' 폐컴프레서 환경오염 실태…경남 일원서 고철 둔갑 유통

박동욱 기자 / 2025-09-18 13:05:32
함안 CRC 등 부울경 리사이클링센터 2곳 불법 배출 논란
관련법 엄연히 폐기물 규정에도…"재활용 고철" 억지주장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남 함안의 리사이클링센터(RC·자원순환시설)에서 '폐컴프레서'(일명 폐콤프레샤)가 폐기물 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구 외부로 반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부 지자체에서 폐기물 범주에 포함되는 폐컴프레서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단순 재활용품인 고철로 인식해 이를 묵인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경남 양산시 북정동 고철업체에 보관돼 있는 다량의 폐컴프레서. 우측 하단 빨간 네모 안 사진은 폐컴프레서를 분해하자 내부에 기름이 흥건히 남아 있는 모습 [독자 제공]

 

18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함안군 CRC(칠서RC)에서 냉장·냉동고용 폐컴프레서가 대량으로 일반 재활용업체에 반출되고 있다. 이곳에서 외부로 반출되는 폐컴프레서는 연간 4000~500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컴프레서(Compressor)는 기체 압축기로, 온도를 조절하는 가전제품 필수 부품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나오는 폐컴프레서가 모터 내부에 잔류돼 있는 기름을 저장한 채 그대로 전국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CRC는 이 같은 사실을 이미 2005년에 환경부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아놓고서도 실제로는 20년 넘도록 이 같은 불법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ESG경영의 허상을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달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위치한 두 곳의 고철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자연녹지 고철 야적장에서 기름이 계속 유출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재활용업계 전문가에게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8월께 현장을 확인한 재활용업계 관계자 A 씨 등과 함께 취재진이 문제의 폐컴프레서 출처를 역추적한 결과 배출지는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리사이클링센터(RC)로 파악됐다.

 

이곳 삼랑진 리사이클링센터 운영자는 함안 CRC 출신으로, 역추적 과정에서 함안 CRC에서도 폐컴프레서 상당량이 폐기물이 아닌 고철 재활용품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함안 CRC 측은 재활용업체와 계약을 통해 정상적으로 반출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CRC는 폐컴프레서를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던 재활용업체의 소재지 지자체(양산시·함안군)의 공식 질의에도 폐컴프레서를 '재활용품(고철)'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취재진이 김해·양산지역 고철업체에 대한 현장 확인에 나서자, 해당 업체들은 부랴부랴 CRC와 직계약을 맺은 재활용업체(부산 생곡산단)에 폐컴프레서를 재반송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 지난 2005년, 환경부가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질의에 대해 회신한 공문. 여기에는 폐컴프레서가 지정폐기물이고, 다만 기름성분 5% 미만일 경우 사업장 일반폐기물에 해당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함안 CRC 측이 주장하는 대로, 폐컴프레서가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고철로 오인될 수 있는 상황일까. 

 

수도권전자제품 리사이클링센터(RC)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지난 2005년 환경부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아 CRC 등 국내 리사이클링센터에 보낸 공문은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당시 협회의 질의 요점은 폐컴프레서가 지정폐기물인지 일반폐기물인지 여부를 묻는 것으로, 이미 단순 고철로 재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환경부는 당시 협회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분리·세척을 통해 묻어 있는 폐유를 분리해 (기름성분) 5% 미만 함유하게 되면 사업장 일반폐기물에 해당된다'고 분명히 했다. 기름성분이 5% 이상이면, 일반 폐기물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엄격히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빠트리지 않았다. 

 

폐컴프레서를 일반 폐기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폐전선·고철·폐자석·아연·타르·신주·유리섬유 등으로 일일이 해제해 반출해야 한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이를 지키지 않고 원형 그대로 위탁해 배출할 경우 보관업체와 함께 배출업자는 공동책임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현재 드러난 상황만 해도, 함안 CRC와 삼랑진 RC는 재활용업체와 위탁계약을 각각 맺어 상당량의 폐컴프레서를 원형으로 배출했고, 수탁업체는 자체 처리할 수 없는 상당량을 그대로 무허가 고철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보자인 재활용업계 전문가 A 씨는 "폐컴프레서에서 흘러나오는 다량의 폐오일이 토양과 수질을 크게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대형 리사이클센터(RC)가 이 같은 짓을 수십년 째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환경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달 23일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있는 고철업체에서 일반 덤프트럭에 중장비로 폐컴프레서를 싣고 있는 모습. [아시아투데이 제공]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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