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현대건설 vs 삼성물산…국내외 접전 중, 승자는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5-10-06 09:00:40

현대건설, 올해 도시정비 수주 8조 돌파
삼성물산 7조5000억…엎치락뒤치락 경합
신재생, 원자력 플랜트 등 해외 수주도 잇따라

경기 침체에 더해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까지 더해지며 건설업계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양강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약진 중이어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서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각 에너지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주를 거두며 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들어 국내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8조6878억 원의 일감을 따냈다. 지난달 '압구정 2구역 재건축'(2조7488억 원)과 '전주 전라중교일원구역 재개발'(4032억 원) 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며 그동안 1위를 달리던 삼성물산을 제쳤다.

 

삼성물산은 도시정비 부문에서 7조5501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액 5조 원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2022년 1조8686억 원에서 2023년 2조951억 원, 지난해 3조6398억 원에 이어 올해는 이미 두 배를 훌쩍 넘는 기록을 세웠다.

 

현대건설이 지난해까지 6년간 정비사업 1위를 지켰는데 올해도 왕좌 자리를 지켜낼지, 아니면 삼성물산에 빼앗길 지가 관심사다.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강북 최대어로 불린 한남뉴타운 4구역은 공사비 1조5695억 원의 대규모 사업으로, 올해 초 정비사업 수주전을 뜨겁게 달궜다. 
 

삼성물산은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현대건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표를 얻으며 초반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개포주공 6·7단지에서는 삼성물산이 중도 포기하며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압구정 2구역에서도 재대결이 예상됐지만 역시 삼성물산의 불참으로 현대건설이 깃발을 꽂았다.

현대건설은 2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90% 이상의 찬성표를 얻고 '압구정 현대'의 명맥을 잇게 됐다. 총 5개 구역으로 진행되는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사업비 14조 원 규모로, 속도가 가장 빠른 2구역은 '압구정 선점'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올해 말 예고된 '압구정 4구역'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와 GS건설 등도 응찰을 검토하고 있다.

 

4구역은 현대8차, 한양3·4·6차 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해 최고 69층 1722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총 공사비는 2조 원 수준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가 최종 순위를 결정 지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지구의 총 사업비는 8조 원 규모로, 한강 라인에서 압구정 다음으로 큰 사업지다. 현대건설은 1지구에, 삼성물산은 2~4지구에 집중하고 있다. 

 

1지구 공사비는 2조1540억 원으로 현대건설이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11조 원 가까운 누적 수주액을 달성하며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간 도시정비 최고 누적 수주액은 2022년 현대건설이 세운 9조3395억 원이다.

 

2~4지구 공사비는 각 2조 원 이하 수준으로 예상된다. 오는 12월 시공사 선정 계획이 있는 2구역을 삼성물산이 따낼 경우 9조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 여기에 두 차례 단독 응찰해 수주가 유력한 여의도 대교(7721억 원) 시공권도 거머쥐면 1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해외에서도 파죽지세…신재생, 원전 등 영역 확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보폭도 넓히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이라크에서 4조 원 규모의 해수공급시설(WIP)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이라크 내 △가스 △석유 △태양광 △해수 처리 등 가스 개발 통합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현대건설이 수행하는 WIP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로부터 동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코르 알 주바이르 항구 인근에 하루 500만 배럴 용량의 용수 생산이 가능한 해수 처리 플랜트를 건설하는 공사다.

 

2023년 현대건설이 준공한 60억400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이후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5일 "앞으로도 이라크에서 지속적으로 발주될 것으로 전망되는 정유공장, 전력시설, 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호주 빅토리아주 최대 전력망 사업자인 오스넷(AusNet)과도 송변전 인프라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호주와 주변 신시장으로의 전력 인프라 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엔지지니어링 전문지 ENR이 발표한 2025 인터내셔널 건설사에서 약 98억5000만 달러의 해외 매출로 세계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보다 2계단 상승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편입 이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미국기계학회(ASME)로부터 원자력 설계 분야 인증서를 취득하며 국제적으로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ASME 인증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ASME 코드 요건에 따라 기자재를 설계·제작·설치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증해 주는 제도다. 미국 및 일부 국가에서는 ASME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어, ASME 인증은 필수 과정으로 여겨진다. 

 

또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총 발전용량 2000MW 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낙찰받아 주목을 받았다. 설계·조달·시공에 해당하는 EPC금액만 약 1조4600억 원 규모로, 사업 부지가 27㎢로 여의도 면적(2.9㎢)의 9배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는 발전 용량만 2000MW로 카타르 최대 태양광 발전 규모다. 한국 건설사가 시공하는 태양광 발전사업 중 역대 최대 용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삼성물산은 태양광 발전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엔 글로벌 원자력 발전을 위해 UAE원자력공사(ENEC)와도 손을 잡았다. △글로벌 시장 신규 원전 건설, 재가동, 기존 부지 M&A 등 원전 프로젝트 협력 △글로벌 시장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사업 투자와 개발 협력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시장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 사업 협력 △원자력 서비스, 장비 업체 투자 등에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루마니아 원전 1호기 설비개선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루마니아 SMR 사업 기본설계를 미국의 뉴스케일·플루어·사전트앤룬디와 공동으로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원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대형 원전·SMR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시너지를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업은 개별 프로젝트가 큰 사업이고 사업자가 공사비까지 조달해야 한다"면서 "자금 조달 규모도 크기 때문에 큰 사업자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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