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국밥집까지 휩쓴 '두쫀쿠' 열풍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6-01-09 15:18:23
카페·편의점 이어 밥집도 판매… 줄서기 대행 알바까지 등장
사람들, 희소한 물건 SNS에 인증 즐겨…'이것 또한 지나가리'
| ▲ 두바이 쫀득 쿠키. [게티이미지뱅크]
▶ 이럴 줄 알았으면 아껴 먹을 걸 그랬다. 한 달쯤 전, 점심을 함께한 후배에게서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 세 개를 받았다.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구하기 힘들다"는 말에도, "아, 그렇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중에 이 작은 쿠키 하나가 5500원이라는 사실을 알고서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함께 나눠 먹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쫀득함과 바삭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씹을 때마다 귀를 때리는 '콰지직' 소리가 묘한 쾌감을 줬다. 그리고 그게 내 마지막 '두쫀쿠'가 됐다.
▶ 구하려 했지만 끝내 구하지 못했다. 후배가 산 파이집을 찾아가 봤지만, 두쫀쿠 매대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두쫀쿠 없어요ㅠㅠ"라는 애절한 문구만 붙어 있었다. 직원 말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판매하지만, 그 훨씬 전부터 줄을 서고 바로 품절된다고 했다. 다른 곳을 찾아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품절이 아닌 곳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배달앱에는 '갯수 제한 1개'와 '품절'이라는 문구가 동시에 떠 있었다. 이쯤 되면 두쫀쿠는 '전설의 포켓몬'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두쫀쿠를 먹었다는 사실마저, 믿기지 않는 꿈처럼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사기는 어렵지만 파는 곳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두쫀쿠가 자영업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대부분의 카페가 판매를 시작한 건 기본이고, 편의점에 이어 밥집까지 뛰어들었다. 인터넷에는 국밥집과 초밥집에서도 두쫀쿠를 팔기 시작했다는 글이 잇따른다. 우리 집 근처 마라탕집과 라멘집에서도 두쫀쿠를 볼 수 있다. 한·중·일 음식점이 두쫀쿠로 대동단결한 셈이다. 물론 음식점에서는 메인 메뉴를 사야만 쿠키를 구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두쫀쿠를 먹고 싶다면 우리 음식을 사라"라는 느낌이다. 두쫀쿠는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면)와 피스타치오를 섞어 속을 만들고, 마시멜로우 코코아 반죽으로 감싼 디저트다. 두쫀쿠는 과거 유행하던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두바이 초콜릿'에서 유래했다. 국내 카페들이 이 두바이초콜릿을 쫀득한 쿠키와 결합해 한국식으로 변주한 것이다. '두바이 계열' 디저트라 이름에 두바이가 붙었다. 두쫀쿠는 조리 난도가 높지 않아 자영업자 사이에서 빠르게 상품화됐다.
▶ 살 수 없으니 직접 만들어 먹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유튜브에는 두쫀쿠 레시피와 관련 영상이 넘쳐난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도 자녀용 건강식 두쫀쿠를 만들었다가 악플(?)을 받기도 했다. 맛은 둘째 치고 두쫀쿠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이런 '품귀현상'이 낯설지 않다. 앞서 허니버터칩(2014), 포켓몬빵(2022), 먹태깡(2023)이 있었다. 우리는 희소한 것에 '소유욕'을 느끼고 SNS에 '인증'하는 것을 즐긴다.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두쫀쿠 경험담 배틀'은 부모까지 줄 서게 만든다. 이젠 두쫀쿠 지도 앱과 줄서기 대행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 이미 경험했듯, 이 또한 곧 지나갈 것이다. '두바이'에 없는 '두바이 쫀득 쿠키'는 그때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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