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 홍수열 "수도권 직매립 금지? 쓰레기산 사태 우려"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6-01-06 18:07:26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20년 넘게 쓰레기 문제 연구
6일 KPI뉴스 인터뷰서 '수도권 직매립 금지' 여파 분석
"비수도권에 수도권 쓰레기 처리 떠넘기는 상황 조성돼"
"발생지에서 처리하게 하는 게 근본…지금은 로드맵 없어"

새해 들어 쓰레기의 운명이 바뀌었다. 수도권에서 쓰레기는 더 이상 있는 그대로 묻힐 수 없다. 줄이고 태워 남은 물질만 묻힌다. 1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바로 묻는 직매립이 가능했다.

 

시행을 앞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직매립 금지를 규정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2021년 7월 확정된 후 4년여 동안 수도권에 추가로 건설된 공공 소각장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20여 개 증설이 추진됐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대부분 착공도 못했다.

수도권의 기존 공공 소각장 32곳(서울 4, 인천 2, 경기 26)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소각 물량 처리를 민간 위탁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수도권 쓰레기 처리 부담을 비수도권에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엔 민간 소각장이 한 곳도 없고 인천·경기의 민간 소각장은 추가 처리 여력이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KPI뉴스는 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을 만나 수도권 생활폐기물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홍 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쓰레기 문제를 연구해 석사 논문을 쓰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시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돼 있고 다양한 산업이 얽힌 분야인 쓰레기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직접 이 분야에 천착했다. 그 후 2001년부터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활동가를 시작으로 현장에서 20여 년 동안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다음은 홍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KPI뉴스 편집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ㅡ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쓰레기 대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태도를 취했다.

"종량제 봉투 처리 민간 위탁 비율은 수도권에서 2020년부터 꾸준히 늘었다. 정부 얘기는 민간 위탁이라는 출구가 있기 때문에 당장 큰 혼선이 발생할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서 대란이 발생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전체 구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봐야 한다."

ㅡ어떤 부분을 눈여겨봐야 하나.

"먼저 민간 위탁 시설의 용량은 충분한가 하는 것이다. 민간 위탁으로 처리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종량제 봉투를 민간 소각장에서 바로 태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활용 업체에서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한 다음 시멘트 회사 소성로 등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민간 소각장은 이미 가동률이 100%가 넘는다. 폐기물관리법상 허가 용량의 130%까지 소각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걸 근거로 추가 처리 용량이 충분하다고 보는 건 무리다. 시설을 최대치로 계속 가동하면 고장, 화재 위험성 등 안전 관련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 회사 시설 역시 현재 쓰레기 처리 능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민간 시설의 처리 용량이 충분하다는 주장은 논란이 있다.

앞으로 민간 위탁이 계속 증가할 텐데, 민간 위탁 시설의 처리 용량은 한정돼 있다. 여기서 또 봐야 할 것이 있다. 대부분 종량제 봉투 부분만 보는데, 사업장 폐기물을 같이 봐야 한다."

ㅡ사업장 폐기물 문제와 어떻게 관련돼 있나.

"민간 소각장은 원래 사업장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거기에 종량제 봉투가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민간 소각장은 종량제 봉투 처리를 훨씬 선호한다. 사업장 폐기물보다 잘 타고, 지자체에서 처리 비용을 확실히 지급하기 때문이다.

직매립 금지로 민간 소각장이 종량제 봉투 처리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면, 사업장 폐기물 처리가 후순위로 밀리고 처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종량제 봉투보다 가격 인상 폭이 훨씬 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020년을 전후해 발생했던 쓰레기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지금은 폐기물 처리 시장 전체에 작용하는 이러한 연쇄적인 흐름을 봐야 할 때다."

ㅡ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 조치에 대해 '우리가 수도권의 쓰레기 식민지냐'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발생지 처리 원칙에서 벗어나 수도권 쓰레기 처리를 다른 지역으로 떠넘기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지역 간 이동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간 위탁 증가의 또 다른 문제다.

그로 인해 지역 간 갈등이 더 커지게 된다. 수도권 밖, 특히 소각장이 많은 충청 지역 주민들 관점에서 보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쓰레기 운반 거리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환경 오염, 탄소 배출이 증가하는 문제도 생긴다."

 

▲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이상훈 선임기자]

 

ㅡ국내 폐기물 시장을 사모펀드 쪽에서 사실상 장악했다는 애기가 나온다. 그로 인해 생활폐기물 처리 민간 위탁 증가가 초래할 문제점이 더 커질 우려는 없나.

"사모펀드 때문에 민간 소각장에서 그간 종량제 봉투를 더 태우려고 애쓴 면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대개 소각장 가격이 엄청 올랐을 때 이 시장에 진입했다. 그 후 소각 단가가 뚝 떨어져 사모펀드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사모펀드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게 직매립 금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직매립 금지 조치 시행을 유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정부에서 직매립 금지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자체들이 연말에 부랴부랴 민간 위탁 확대 절차를 밟았다.

직매립 금지 강행은 사모펀드에 엄청난 호재다. 또한 폐기물 처리 시장이 민간 위탁 위주로 고착되면 민간 소각장 쪽 수익률이 높아지고, 민간 소각장과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공공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보다 민간 소각장과 관련된 갈등이 훨씬 더 가혹할 수 있다."

ㅡ생활폐기물 처리 문제 대안을 어떤 방향으로 마련해야 할까.

"근본적인 대안은 발생지에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위한 로드맵이 없다. 정부에서 사실상 민간 위탁을 고착화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빨리 대안을 마련하도록 정부가 분명한 정책 방향을 세우고 지자체를 압박해야 한다.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에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지자체가 혜택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재활용과 관련해서는 투 트랙으로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처리 설비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전처리 전략은 종량제 봉투가 나오는 걸 전제로 하고, 그 봉투를 뜯어 안에서 재활용 가능한 것을 덜어내 소각량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분리배출을 강화해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종량제 봉투 양 자체를 줄이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전처리 설비 확대 전략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재활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지자체 공공 소각장 가동률이 80% 정도인데 전처리를 확대하면 소각장 가동 효율을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동률을 100%까지 올릴 수 있다면 공공 소각장을 굳이 새롭게 안 지어도 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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