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격이냐, SK 수성이냐...엔비디아가 가를 HBM4 승부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6-01-09 17:32:00
'삼성전자의 귀환' vs 'SK하이닉스의 수성'
누가 먼저, 안정적으로 루빈을 점유할 지 주목
"HBM4 선두 경쟁…승자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젠슨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과 CPU 결합 모델인 '베라 루빈(Vera Rubin)'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루빈은 6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를 처음 적용한다는 점에서 AI(인공지능)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누가 먼저, 얼마나 많이 HBM4를 공급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간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루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슈퍼칩 플랫폼으로 이전 모델인 '블랙웰(Blackwell)'보다 추론 5배, 학습 성능은 3.5배 빨라진 것이 특징.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6%가량 절감하고 AI 학습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개수를 4분의 1로 줄여 비용 효율을 극대화한다.
HBM4로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개선한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AI 학습과 성능을 좌우하는 주 요인으로 AI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HBM3E와 달리 HBM4는 제품 안에 디램(DRAM)과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탑재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다. HBM4는 데이터 전송 통로(I/O)도 기존 1024개에서 2048개로 늘어나는데 루빈은 HBM4를 8개에서 최대 12개까지 탑재, 전례 없는 대역폭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HBM3E까지는 메모리 제조와 활용이 별개였지만 HBM4는 메모리 칩 하단 '베이스 다이'에 들어갈 로직 공정을 위해 엔비디아와 메모리 기업, 파운드리(위탁생산)가 공조해야 한다.
황 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진행한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핵심 파트너로 거론하며 'HBM4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루빈 실물 공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연일 상승가도다. '루빈 성공은 반도체 수익 급증'이란 시장의 판단이 주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귀환' vs 'SK하이닉스의 수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누가 HBM4 이후 시장을 주도할 지는 예상이 분분하다. 지금까지의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도했지만 HBM4부터는 삼성전자의 반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HBM4가 이전 세대 제품과는 사실상 별개 제품이라는 점에서 리더십 구도가 바뀔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로선 HBM4로 이전의 '굴욕'을 해소하고 HBM 왕좌를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 입장은 아니나 '엔비디아가 진행한 품질 평가에서 경쟁사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었고 '시장 재편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곳곳서 도출된다.
물론 SK하이닉스는 다르다. SK하이닉스는 "HBM3E와 차세대 제품인 HBM4를 모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우리의 역할이 시장 재편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뉴스룸 발표를 통해 "HBM3E의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HBM4 개발과 공급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독보적 입지를 확립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루빈에 탑재될 HBM4 시장에서도 약 70%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BM4 양산 준비는 이미 갖춰진 상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고객사에게 샘플을 공급했고 양산 준비도 마쳤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금은 두 회사 모두 '고객사와 마지막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인 단계로 '고객사의 최종 승인이 나면 대량 생산에 바로 착수'할 방침이다.
열쇠는 엔비디아 손에 있다. 현재까지는 엔비디아가 유일한 구매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 중 어느 것을 얼마만큼 구입하느냐에 따라 초기 승부는 갈린다.
문제는 수율(웨이퍼 한 장당 정상 칩의 비율)과 생산량.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수율은 두 회사 모두 비슷하나 발열처리는 삼성전자, 생산은 SK하이닉스가 우위에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열쇠는 엔비디아 손에…1월 중 구매 확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를 대량 양산하는 시점은 2월이 유력하다. 엔비디아의 최종 승인 작업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날 '2025년 4분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면서 "1월 15일로 예상되는 엔비디아의 HBM4 품질 테스트 발표도 무난하게 통과해 다음 분기에도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루빈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점을 고려해도 '2월 양산'은 확정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안팎에서도 '2월 생산 시작'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김동순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9일 KPI뉴스와 통화에서 "엔비디아가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센터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루빈 출시는 '학습 효율성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하는 건 '경쟁구도 형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 볼 때 최종 승자는 올해와 내년 시장을 모두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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