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中 부동산, 한국은 괜찮나…전망 엇갈려

안재성 기자 / 2023-08-18 17:11:47
"중국, 무리한 부양책이 거품 키워…매수 대기자들, 신뢰 상실"
"한국도 부동산 거품 우려" VS "수도권 요지는 회복세 이어갈 것"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달아 파산하거나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도 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 15'는 다른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안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적인 지급 불능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헝다는 지난 2021년 12월 227억 달러(약 30조4000억 원)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하며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앙지 역할을 했다. 그 뒤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결국 파산 위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또 다른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과 중룽국제신탁도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집값 하락에서 비롯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궈롄증권의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항저우 집값은 고점 대비 25% 이상, 상하이는 15% 이상 급락했다. 

중국 정부의 주택 구매제한 폐지, 주택공적금대출(중국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이 거품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품이 터지면서 매수 수요도 말라 버렸다는 분석이다. 레이먼드 청 싱가포르 CGS-CIMB증권 대표는 "중국 주택 매수 대기자들이 시장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이에 따라 "한국 부동산 시장도 중국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악성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쓰러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14일까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총 9곳이다. 서울 1곳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3곳이 부도났다. 

시장 침체로 건설사 폐업도 늘었다. 1~7월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218건으로 전년동기(111건) 대비 96.4% 급증했다.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22.3%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상승하는 등 최근 시장이 회복세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파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30조 원 넘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도입 등 정부의 부양책 덕이 크기 때문이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양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 후일 더 크게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의 상승세는 '데드캣 바운스'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데드캣 바운스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잠깐 반등하는 상황을 칭하는데, 부동산 등 타 자산시장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죽은 고양이도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 오른다"는 월가 격언에서 비롯됐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현재 집값은 부양책으로 끌어올린 수준"이라며 "서울 강남·마포·용산 등 수도권 핵심지역 집값도 장기적으로 현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은 시장 구조가 다르다"며 "한국이 중국을 뒤따르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부동산 PF 부실 등이 있지만 시스템적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은 살아나기 힘들지만, 수도권 요지는 수요가 많아 앞으로도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층이 두꺼운 수도권·광역시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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