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사라지자 '초전도체 테마주' 폭삭…눈물짓는 '개미'

안재성 기자 / 2023-08-09 17:17:27
서남·덕성 등 테마주 뜬 뒤 3배 폭등…"제자리로 돌아갈 것"
신상델타테크·파워로직스 오름세…"지금이 '익절' 기회"
30대 직장인 A 씨는 며칠 전 자주 찾는 '주식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초전도체 테마주'에 20억 원을 투자해 큰 수익을 남겼다는 글을 봤다.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자랑하듯 자신의 주식 계좌도 인증했다. 

가슴이 뛴 A 씨는 결국 '한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대출까지 받아 테마주에 쏟아 부었다. 8일 오전까지는 주가가 상승세라 이익이 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오후부터 주가는 고꾸라졌다. 

하락세는 손 쓸 도리 없을 만큼 가팔랐다. A 씨는 "이리 빠르게 떨어지면 매도 타이밍조차 잡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초전도체 테마주들도 폭삭 무너지고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주식을 샀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히던 서남은 9일 전일 대비 18.80% 떨어진 71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하한가를 친 데 이어 이날도 크게 하락했다. 

또 다른 테마주 덕성(7800원)은 7.14%, 모비스(2775원)는 1.42% 내렸다. 둘 모두 전날 폭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를 그렸다.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탓이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상온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테마주가 떴다. 테마주로 꼽힌 주식들은 연일 상한가를 치면서 빠르게 치솟았다. 

▲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밝힌 'LK-99'. [뉴시스] 

하지만 LK-99에 대해 국내 초전도저온학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미국 연구진까지 같은 의견을 표하며 치명타를 안겼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8일(현지시간)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차기 주도 테마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전도체 테마주들은 기대감 하나로 뜬 주식들이라 기대감이 사라지면 주가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서남과 덕성은 초전도체 테마주로 거론된 지난달 말 이후 주가가 최고 3배까지 폭등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이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기대감이 무너졌으니 주가도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주가가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밝혀지면 주가가 지금보다 폭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다수 개미들이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며 "이대로 갈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초전도체 테마주 신성델타테크(+14.66%), 파워로직스(+4.725) 등은 이날 주가가 올랐지만, 전문가들은 빨리 '익절'하길 권한다.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내면서 주식을 파는 걸 익절이라고 칭한다. 

강 대표는 "시장에 투기 세력이 너무 많다"며 "기회가 왔을 때 이익을 내고 파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력의 준동에 의해 주가가 널뛰기를 하면서 많은 개미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염려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MTC 외에도 세계 여러 연구기관에서 LK-99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며 "테마주를 믿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이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곡물 관련 테마주, 코로나19 시기에 키트 테마주 등 테마주들은 대부분 그 끝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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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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